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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종교 아냐? 오해도 받았죠" 13년째 '평화 전도사' 자처[파워K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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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인터뷰
기간제 교사에서 평화교육 단체 대표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모습 찾아 걷길"

피스모모의 강의실에 들어서면 '당황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강의실엔 흔한 책상도, 연필도 없다. 원형으로 배열된 간이의자만 있을 뿐이다. 수강생들은 의자에 앉아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이 서로 다른 지점을 발견하고 이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은 시작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피스모모가 설립된 2012년보다 오늘날, 평화교육의 중요성은 더 부각되고 있다. 좁게는 학교폭력부터 넓게는 국제분쟁까지, 이전보다 훨씬 크고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13년째 '평화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는 문 대표가 아직까지 쉴새없이 움직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 대표를 만나 진정한 평화의 개념과 현 시대에 필요한 평화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사이비 종교 아냐? 오해도 받았죠" 13년째 '평화 전도사' 자처[파워K우먼]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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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모모가 말하는 '평화'란 어떤 상태이며 평화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려달라.


▲나는 평화를 어떤 상태가 아닌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평화란 완전히 이뤄지거나 도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조금 덜 폭력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애쓰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를 보고 '되어가는 것'이란 의미로 'becoming'이라는 표현을 주로 쓴다.


피스모모는 이런 과정을 만들어주는 데 집중한다. 한 강의실에 모여 원형으로 앉은 수강생들은 같은 주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서 '뭐야,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한다고?'하는 놀라움과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가 서로의 차이점을 낯설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때다. 행여 그날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더라도, 어느날 길을 걷다 문득 '아하'하며 그날 들었던 다른 사람의 인사이트가 가슴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누구나 익숙한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관성화되고 매몰되기 마련이다. 피스모모는 토론과 각종 액티비티를 통해 구성원들이 익숙한 관성을 깨고 타인으로부터 새로운 자극을 받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다름을 배울 수 있다면 평화에 한발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에서 교육을 전공하고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3년 간 근무했다. 이때 학교 시스템의 한계를 느꼈다. 아이들에게 학교란 '작은 사회'나 마찬가지인데, 옆에 있는 친구와의 갈등을 어떻게 다루고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해선 하나도 배우지 못하고 오로지 지식을 채워넣기에만 급급했다. 학교 안이 아닌 바깥에서 '공동체를 지원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계기였다.


이후에 교단에서 내려와 아프리카를 돌며 봉사활동을 했다. 그걸 계기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국제이해교육원(아태교육원)에서 평화학을 가르치는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처음 '평화학'을 마주했을 때 느낌은 사이비 종교 같기도 하고, '우정학' '사랑학'처럼 되게 이상했다는 거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내가 지닌 '교육'이란 역량과 평화를 접목한다면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평화교육이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어린시절부터 평화를 교육하면 학교폭력, 젠더갈등, 가정폭력 등 폭력으로 인한 수많은 사회 손실을 조금은 줄일 수 있겠단 생각이었다.


"사이비 종교 아냐? 오해도 받았죠" 13년째 '평화 전도사' 자처[파워K우먼]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그 어느때보다 사회·정치·문화적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에서 평화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그렇다. '이런 교육을 통해 정말로 평화로운 세상이 찾아올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피스모모의 교육을 통해 단번에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평화를 일상에 붙이고, 경험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스모모의 평화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평화의 씨앗'이 곧바로 싹트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교육이 그분의 삶에서 언제, 어떤 계기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 지는 모를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평화라는 주제를 고민하도록 요청해야하는 거다.


이탈리아 철학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게 평화교육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싶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평화교육이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의지를 갖는다면 아주 비관적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세상의 많은 변화는 어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돼 다른 사람으로 이어져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촘촘한 네트워크 안에 놓인 존재라고 한다면, 한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한히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의견도 꾸준히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건이나 주제가 있다면.


▲올해 처음으로 '방위산업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피스모모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전쟁이다 보니 관심있게 보고 있다. 느낀 점은 '방위산업'이란 명칭보다 무기산업, 전쟁산업, 군수산업 등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방위산업이란 무엇인가를 지키는 행위에 초점을 맞춘 명칭으로, 그로 인해 누군가를 얼마나 해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는 교묘하게 가리게 된다. 그렇다면 방위산업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윤리적인 책무를 드러내고 충분히 고민하기도 어렵다. 실제로는 무기를 사고 파는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이 더 손쉽게 목숨을 잃고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이상주의자'와 같은 비난도 돌아오지만, 그럼에도 이 질문은 반드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비 종교 아냐? 오해도 받았죠" 13년째 '평화 전도사' 자처[파워K우먼]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동 분쟁, 러·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의 평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국제 사회의 문제와 '나'와의 거리를 좁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분쟁 지역의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연결돼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 접점을 찾는 것을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국에 살고 있는 나와 분쟁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전쟁 발발에 내가 조금이라도 기여한 책임은 없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해보는 거다.


개인의 책임을 찾기 어렵다면 '한국 공동체, 한국 정부의 책임은 없나'로 생각을 넓혀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레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나부터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만일 내가 선출한 권력이 이 세상을 덜 폭력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면, 기꺼이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둘씩 모인다면 국제적인 갈등 상황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피스모모를 설립한지 올해로 13년 차가 됐다. 평화교육이란 다소 생소한 개념을 알려오면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는가.


▲평화란 개념 자체가 워낙 추상적이다보니 각종 오해를 받았다. 예컨대 종교 단체라든가 사이비 종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 여성으로서 겪은 어려움도 적지 않다. 특히 안보나 전쟁, 군사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여성인 너가 뭘 아는데?'하는 시선이 꼭 따라붙었다. 당시만 해도 '젊고 어린 여성이 뭘 할 수 있겠어?' '너가 무슨 대표야?'하는 기성세대의 태도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말들이 내게는 되려 도전감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와 또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사회가 정해놓은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은 많은 여성이 등장해 활약해줬고, 그들의 덕을 나도 많이 보고 있는 것 같다.


-대표님을 본보기로 삼는 여성 후배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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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20대 초반의 자립준비여성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반짝반짝하는 눈빛을 보고 새삼스레 놀랐다. 내가 처음 피스모모를 만들었을 때의 순수함과 열정이 보여서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나만의 고유한 모습'을 찾아가는 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지치지 않으려면 혼자 가기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끌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롤모델이라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따라가기보다 모두가 나만의 고유함을 찾아가며 살았으면 좋겠다.


"사이비 종교 아냐? 오해도 받았죠" 13년째 '평화 전도사' 자처[파워K우먼]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는
한국교원대에서 독일어 교육과 초등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코스타리카 유엔평화대학원에서 평화교육 석사를 취득하고 평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평화교육 단체 '피스모모'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사이버대 국방융합학부 국제협력·북한전공 겸임교수와 국제평화사무국(IPB) 집행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이전에는 교육부 교육과정 개정 자문위원과 여성가족부 제3기 국가행동계획 민간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평화교육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공존의 조건'(2024), '분단체제를 살아내며 넘나드는 탈분단 평화교육'(2022), '평화와 연대의 인문학'(2022) 등을 출판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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