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부지역 중심 집중호우
수박·고추·열무 등 산지 피해 발생
제철 수요 겹쳐 가격 상승 지속될 듯
대형마트, 산지 작황 파악·시세 예의주시
충청도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대 8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을 수급하는 유통업계에서 비상이 걸렸다. 수박과 고추 등 작물을 재배하는 산지의 침수 피해로 정상적인 물량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비가 내린 뒤 폭염이 이어질 경우 병충해가 확산할 우려가 커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산지 피해 상황과 시세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폭우로 농작물 총 2만8491㏊(헥타르)가 침수됐다. 이는 축구장(0.714㏊ 기준) 약 4만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이번 비는 특히 충남과 호남·경상권에 걸쳐 지역별로 300~700㎜ 이상 집중됐는데, 해당 지역에 수박과 복숭아, 고추, 상추, 대파 등의 재배지가 몰려 농작물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수박과 고추, 애호박 등을 주로 생산하는 충청권에서는 이번 호우로 하우스가 손상되는 피해가 생겼고, 상추 주산지인 충남 논산에서도 전체 물량의 10%가량이 비 피해를 봤다. 나흘간 최대 798㎜의 물폭탄이 쏟아진 경남 산청군에서도 대파밭이 잠기는 등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이 때문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일부 제철 농작물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주 평균 소매 가격이 3만원을 넘어선 수박이 대표적이다. 주요 산지인 충남 부여에 16일부터 이틀간 3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상품이 침수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집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수박(상품) 한 통 평균 소매 가격은 3만1280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했다. 1년 전(2만1336원)보다 46.61% 올랐고, 평년(2만1021원)보다는 48.8% 비싸다.
여름 수요가 많은 열무도 같은 기간 1㎏ 소매가가 4050원으로 4000원을 넘어섰는데 1년 전(3835원)보다 5.61%, 평년(3328원)과 비교해서는 21.69% 가격이 올랐다. 일부 식당에서는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기본 찬으로 제공하던 열무김치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밖에 풋고추와 깻잎 등도 소매가가 평년 대비 각각 48.6%와 24.5% 오른 상황인데 향후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다.
산지 관계자는 "비 피해로 하우스가 침수된 지역이 상당수"라며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요가 많은 쌈채소와 제철 과일 등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밥상 물가 안정화를 내세우며 할인 공세를 펴던 대형마트들도 산지 수급 동향 파악으로 분주해졌다. 이마트 관계자는 "채소류는 침수 피해뿐 아니라 폭우로 인한 일조량 감소와 작업 지연 등의 영향으로 공급량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며 "시세 상승이 예상돼 지속해서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수박은 추가로 발생할지 모르는 집중호우에 대비해 경북 봉화, 전북 진안·무주 등 고지대로 산지를 이동해 공급 이슈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처하고 있다"면서도 "채소류는 이번 주부터 폭염으로 전환되면서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일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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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부터 시작된 때 이른 무더위로 농산물값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며 수박 한 통이 3만원을 넘어서고, 특히 배추나 시금치 같은 더위에 약한 채소 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시금치가 진열돼 있다. 강진형 기자
롯데마트 측은 "현재 매장에서 판매하는 채소 상품의 주 산지는 경기·강원 지역으로 집중호우로 인한 수급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다만, 우천 직후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무름병 등 병해 발생 가능성이 있어 향후 산지 작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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