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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멈춰 있던 삼성의 시계, 다시 돌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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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종지부, 시장에서 증명할 때
컨트롤타워 부활, 미래사업 등 과제 산적
오롯이 'JY 체제'…이제 리더십 보여줘야

[기자수첩]멈춰 있던 삼성의 시계, 다시 돌아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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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법원이 아닌 시장의 심판대에 서는 겁니다. 더는 변명할 수 없는 시간이 왔습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10년에 걸친 사법 리스크를 풀어내고 경영 일선으로 복귀하는 총수에 대한 기대, 나아가 오랜 시간 부진했던 삼성을 기다려준 투자자와 시장에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 것으로 들렸다. 끝내 법적 족쇄를 벗어냈지만 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무게와 책임은 더 커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글로벌 초일류'를 꿈꾸던 삼성의 시계는 총수의 사법 리스크 앞에 멈춰 섰다.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논란이 불거졌고, 이듬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까지 휘말렸다. 삼성은 부회장-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이원적 구조에서 줄타기를 해야 했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회장직에 공식 취임한 뒤로도 그룹의 행보를 전면에서 주도하지 못했다. 기업의 미래 동력을 좌우할 과감한 투자와 결단력도 사라졌다. 산업계를 선도하기보다 뒤따르는 위치에 설 때가 많아졌다. '잃어버린 10년'이었다.


이번 판결은 사법적 판단의 종결,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불확실성이 걷어진 자리는 오롯이 '이재용 체제'의 리더십이 다시 서는 출발선이다. 멈춰 있던 만큼 삼성의 시계는 더 빠르게 돌아야 한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렸고 D램 강자였던 삼성은 'AI 칩' 시장에서 뒤따르는 도전자가 됐다.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줬고, 엔비디아의 퀄테스트에 발이 묶여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선 TSMC와 격차가 더 커졌고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시곗바늘이 가리킬 좌표는 '위기 돌파'다. 그룹 전체를 통솔할 컨트롤타워의 부활과 사업 재편, 세대교체 인사, 미래사업 발굴,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반도체는 HBM4 개발과 2나노 수율 확보가 절실하고 미국 테일러 공장은 고객사 유치 시한이 다가온다. AI·바이오 등 '포스트 반도체' 동력도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행으로, 투자자와 시장에 결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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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 해소 하나만으로도 삼성 주요 계열사의 주가에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진짜 평가는 앞으로다. 법원의 '무죄 판결'이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을 의미하진 않는다. 투자자는 주가로, 산업계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은 미래 경쟁력으로 '이재용 체제'를 평가할 것이다. "새로운 삼성"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다시 돌아갈 삼성의 시계가 어떤 방향을 가리킬지 직접 증명하라.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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