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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태종 이방원' 까미 사망 3년…정부 지침 만들고도 공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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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촬영 가이드라인 초안 이미 완성
협의체 내 동물단체는 3곳뿐…사실상 '중단'

[단독]'태종 이방원' 까미 사망 3년…정부 지침 만들고도 공개 안해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7화에서 이성계의 낙마 장면. 발에 줄이 묶여 강제로 넘어진 까미가 머리부터 고꾸라지고 있다. '태종 이방원'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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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KBS 사극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말 한 마리가 쓰러진 뒤 숨졌다. 당시 촬영에 동원된 말은 은퇴한 경주마 '까미(본명 마리아주)'였다. 주인공 이성계가 말을 타고 낙마하는 장면에서 제작진은 까미의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달리게 한 뒤 줄을 잡아당겨 강제로 넘어뜨렸다. 말은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며 큰 충격을 받았고, 사흘 넘게 고통을 호소하다 닷새 만에 폐사했다. 당시 까미의 나이는 겨우 다섯 살이었다.


두 달 뒤 해당 촬영 영상이 공개되자 사회적 공분이 들끓었다. 국민청원에는 20만명 이상이 참여했고, 소녀시대 태연, 배우 유연석, 성악가 조수미 등 유명 인사들도 비판에 동참했다. 이른바 '까미 사건'은 KBS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고, 결국 KBS는 해당 회차의 다시보기를 중단하고 프로그램을 한 달간 결방했다.


동물 보호 단체들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100여개 단체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KBS의 동물 촬영 관행 전반을 문제 삼았다. '용의 눈물(1996)' '정도전(2014)' '연모(2021)' 등 다른 사극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촬영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는 일명 '까미법'이 발의됐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 1월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15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같은 해 2월 정부, 방송·영화계, 동물 보호 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가이드라인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동물 단체는 단 세 곳만 포함됐고, 미디어 업계 중심으로 구성된 한계가 있었다. 6월에는 '출연 동물 안내지침' 초안이 완성됐다. 초안에는 촬영 시 준수사항, 동물 종류별 유의사항, 동물보호법과의 연계 등 제도 개선 방향이 담겼다.


하지만 해당 초안은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초안 공개 일정이나 보류 사유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협의체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든 초안이지만, 지금껏 발표되지 않고 있다"며 "정책이 아닌 정치 논리에 따라 판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부가 과도하게 눈치를 보며 분위기만 살피다 흐지부지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지키지 못한다"는 푸념도 여전하다.

[단독]'태종 이방원' 까미 사망 3년…정부 지침 만들고도 공개 안해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보호단체가 2022년 1월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태종 이방원' 드라마 동물학대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참가자가 말 분장을 하고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1월 태종 이방원 제작진 3명은 동물학대 혐의로 각각 벌금 1000만원을, 방송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동물을 쓰러뜨리는 선택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사이 민간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2023년 '동물 출연 미디어 모니터링 본부'를 출범시키고 자체 기준을 마련했다. 지난해부터는 영화·드라마 300여편을 전수 조사하며 동물 촬영 실태를 추적 중이다.


까미 사망 직후 정부는 "촬영 현장이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제도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약속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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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출연 동물이 여전히 산업적 도구로 취급되고 있지만 정부는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가이드라인 마련을 시작으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이 달린 문제에 수년째 기준조차 없는 건 유감"이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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