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속 태어난 생명…100일 만에 소방관과 감동 재회

산불현장 인근 주택서 분만 후 도움 받아
아기 가족, 백일떡 들고 소방서 찾아 인사

지난 4월 대형 산불 현장에서 소방대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태어난 아기가 경남 산청에서 출생 100일을 맞아 생명의 은인을 다시 만났다.

1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백일 아기를 동반한 한 가족이 산청소방서 단성119안전센터를 찾았다. 소방대원들은 이 가족을 보자마자 약 100일 전 자신들이 도움을 준 산모와 그 아기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 아기는 지난 4월1일 오전 3시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주택에서 태어났다. 당시 시천면 일대는 산불이 강하게 번져 진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때 시천면 산불 현장 지휘본부(CP)에 "아이가 태어남, 호흡·의식 있음. 산모 호흡·의식 있음"이라는 무전이 들어왔다. 산불 현장 인근 주택에서 아이가 태어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1일 경남 산청 산불 때 아기가 태어난 모습. 산청소방서 제공

산청소방서는 즉시 산불 경계 임무를 하던 단성 특별구급대와 귀소 중이던 산악구급대를 현장으로 출동시켰다. 주택에 도착한 대원들은 산모가 탯줄이 연결된 신생아를 안고 있는 것을 보고 신속히 저체온 예방 조치를 하는 동시에 산모를 안정시켰다. 이어 의료 지도 의사 지시에 따라 탯줄을 결찰한 뒤 보호자가 탯줄을 자를 수 있게 도왔다. 또 자궁저부 마사지로 태반 만출을 유도하고 산모와 아기를 인근 산부인과 병원으로 이송했다.

어느덧 출생 100일을 맞은 아기와 아기 엄마는 그날의 고마움에 대한 인사를 전하기 위해 백일 떡을 들고 소방대원들을 찾았다. 대원들은 큰 박수로 이들 가족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대원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기를 다시 만나니 굉장히 반가웠다"며 "앞으로도 건강하게 지금처럼 잘 자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