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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도 '극한 폭염'에 땀이 비오듯…"기계도 고장나겠다"[위기의 노동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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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시 건설 현장에서는 오후 2~5시 사이엔 야외 작업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온이 35도가 되면 매시간 15분 이상 그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야외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면 재난 등 긴급한 경우 외에는 야외작업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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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 사탕으로 버티는 인부들
쉴 틈 없이 반복되는 운반 작업에
얼굴은 소금기로 범벅이 된다

"오전에도 찜통인데, 오후엔 어쩌라고…."


39도 '극한 폭염'에 땀이 비오듯…"기계도 고장나겠다"[위기의 노동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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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전 8시50분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뙤약볕 아래 인부들의 하루가 시작됐다. 오전인데도 쉼터 안은 더위를 피해 들어온 인부들로 가득 찼다. 선풍기 앞에 둘러앉은 이들은 아이스박스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고 얼음을 손에 쥐었다. 누군가는 물병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흘러내리는 땀에 지퍼백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땀에 젖지 않도록 전화기와 지갑은 따로 담아두는 것이 이곳의 일상이다.


쉼터에 들어선 인부들 대부분은 이미 땀에 젖어 있었다. 작업복은 축축했고, 안전모 아래로 흐르는 땀이 목덜미를 따라 등으로 흘러내렸다. 어떤 인부는 벽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손에 쥔 생수를 천천히 마시는 그들의 모습엔 피로가 겹쳐 있었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도 이 날씨엔 고장 나겠다"며 누군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게 기자의 폭염 속 인부 체험기가 시작됐다.



현장 인근 교육장에서 안전 교육을 마친 뒤 홍채 등록 등 절차를 거쳐 기자에게 배정된 작업은 건물 내부 철근, 자재 운반이었다. 오전부터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었다. 철근 자재를 몇 번 옮기자 온몸은 땀에 흠뻑 젖었고 작업복은 금세 무게가 늘었다. 작업장 곳곳에선 "더워 죽겠다"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함께 일하던 인부들의 얼굴은 수건과 토시로 가려져 있었다. 휴식 시간에는 포도당 사탕을 물고 물통을 챙겨 그늘에 앉았다. 40분 작업에 20분 휴식이 있었지만 찜통더위 앞에서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자재는 건물 앞까지는 지게차로 옮겨졌지만 최종 운반은 사람의 몫이었다. 계단을 올라야 하는 탓에 기계의 손길이 닿지 못했다. 함께 일하던 한모씨(35)는 "그래도 이 정도는 견딜 만한 편"이라며 "진짜 더위는 오후부터"라고 말했다. 일부 인부는 허리를 쭉 펴지도 못한 채 무거운 자재를 짊어졌고 연신 이마를 훔치며 발걸음을 옮겼다.


39도 '극한 폭염'에 땀이 비오듯…"기계도 고장나겠다"[위기의 노동자]①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한 인부들이 점심 시간을 맞아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다. 박승욱 기자

점심시간이 되자 현장 식당 앞에는 인부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 번에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식당 탓에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수십 분을 기다려야 했다. "밥 먹다 더위 먹겠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점심을 마친 인부들은 다시 지하 4층으로 모였다. 작업 시작 전 관리자가 안전 수칙을 전달하고 작업 내용을 지시했다. 기온은 37도까지 올랐다. 기자는 야외 대신 실내 자재 정리 업무를 맡았다. 콘크리트 천장을 받치는 동바리 주변의 흩어진 자재와 쓰레기를 정리하는 일이다. 더위는 실내에서도 예외 없었다. 산소는 부족했고 습도는 높았다. 건물 안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지만, 내부에 갇힌 열기와 습기로 오히려 숨이 막혔다. 자재를 정리하다 보면 먼지가 뿌옇게 흩날렸다.



폭염 시 건설 현장에서는 오후 2~5시 사이엔 야외 작업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온이 35도가 되면 매시간 15분 이상 그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 야외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면 재난 등 긴급한 경우 외에는 야외작업을 멈춰야 한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자재, 장비, 인력은 기온계 바늘보다 먼저 움직였다.


온도계는 어느새 39도를 가리켰다. 안전모 아래로 삐져나온 머리칼은 땀에 찰싹 붙었고, 피부는 소금기 어린 땀으로 뒤덮였다. 인부들은 쉼터에서 퍼온 얼음물로 갈증을 달랬지만 그 얼음조차 오래 버티지 못했다. 쉼터의 물통엔 얼음이 절반쯤 녹아 있었고, 컵을 채운 뒤 벌컥벌컥 들이켜도 갈증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40대 최모씨는 "땀이 눈에 들어가서 눈을 뜰 수가 없다"며 "퇴근길엔 소금기로 눈이 따가워 흐르는 물로 씻어야 잠이 온다"고 했다.


39도 '극한 폭염'에 땀이 비오듯…"기계도 고장나겠다"[위기의 노동자]①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내부에서 인부들이 잠시 낮잠을 자고 있다. 박승욱 기자

마지막 작업은 지하 2층에 고인 빗물을 퍼내는 일이었다. 밀대로 물을 모아 삽으로 퍼담고 다시 바구니에 담아 날랐다. 하체는 빗물에, 상체는 땀에 흠뻑 젖었다. 무엇보다 힘든 건 수분 섭취였다. 지하에서는 쉼터까지 거리가 멀어졌고 물을 가지러 지상으로 오르려면 휴식 시간 자체를 포기해야 했다. 인부들은 그저 지하 선풍기 앞에 쪼그려 앉아 말없이 바람만 쐬고 있었다. 말 대신 숨을 고르고 시선으로 서로의 고단함을 나눴다.



오후 4시30분이 되자 "슬슬 마무리하자"라는 말이 퍼졌다. 인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관리자가 인원 점검을 마치자 하루의 노동이 끝났다. 이날 기자가 기록한 걸음 수는 총 1만2838보였다. 온몸에 밴 땀 냄새로 지하철 좌석은 꿈도 못 꿨다. 폭염 속 고된 하루의 대가는 일당 13만원. 온종일 땀 범벅으로 무더위와 싸워 얻어낸 소중함 그 자체였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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