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식물은 자란다…어떻게?"

폭염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식물은 자란다. "어떻게?"라는 물음에 국내 연구팀이 답을 내놨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향후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 개발과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조혜선 박사 연구팀이 고온 스트레스에도 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비밀을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오른쪽부터) 조혜선 박사(교신저자), 조승희 박사(제1저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모든 생물의 DNA에는 유전정보가 저장돼 있고, 이 정보를 복사해 RNA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RNA에는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부분(엑손)과 불필요한 부분(인트론)이 섞여 불필요한 부분을 정밀하게 편집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는 'RNA 스플라이싱(splicing)'이라고 명명된다.

RNA 스플라이싱을 수행하는 분자 복합체는 '스플라이소좀(Spliceosome)'이다. 스플라이이소좀은 RNA를 정밀하게 다듬는 일종의 재단사 역할로 식물의 기능적 단백질 생산을 돕는다.

연구팀은 식물이 폭염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RNA 재단사인 스플라이소종을 구성하는 핵심조절 단백질 'PP2A B′η(비프라임에이타)을 찾아냈다.

또 식물이 고온 환경에 노출됐을 때 비프라임에이타가 스플라이소좀의 작동 스위치를 켜는 역할을 함으로써 RNA 편집과정을 원활하게 하고, 식물이 고온 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단백질을 적시에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비프라임에이타를 인위적으로 제거하거나, 반대로 많이 만드는 실험도 진행했다. 이 결과 비프라임에이타가 없는 식물은 고온에서 씨앗을 틔우지 못하고 고사한 반면 이 단백질을 가진 식물은 고온 환경에서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생존율도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프라임에이타가 결핍되면 다수의 유전자에서 RNA 편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의 생산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식물이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분자적 기전도 밝혀냈다.

연구책임자인 조혜선 박사는 "기후변화로 앞으로는 열에 강한 작물 개발의 중요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며 "연구팀이 새롭게 밝혀낸 비프라임에이타 단백질의 기능이 향후 기후 적응형 작물 품종 개발과 정밀 유전자 조절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중견도약연구사업,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사업, 생명연 주요사업, 농진청 차세대농작물신육종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결과는 식물분야 국제 권위지 'The Plant Cell' 5월 1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