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모델 신뢰도 제고·연령 맞춤 치료전략 수립 기대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조수인 교수 연구팀이 미국 하버드대 의대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허혈성 뇌졸중 동물모델인 '중대뇌동맥폐색(MCAO)' 실험에서 생쥐의 연령과 모델 방식에 따라 뇌손상 양상이 현저히 달라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는 뇌졸중 신약 개발의 전임상 단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MCAO 모델의 적용과 해석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연구 결과는 뇌혈류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JCBFM(Journal of Cerebral Blood Flow and Metabolism)' 온라인판(6월 26일자)에 게재됐다.
MCAO는 뇌혈관을 인위적으로 차단해 뇌졸중을 모사하는 동물실험 기법으로 대표적인 방식은 ▲Koizumi 방법(KMCAO)과 ▲Zea Longa 방법(LMCAO)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총경동맥을 후자는 외경동맥을 통해 필라멘트를 삽입해 혈류를 막는다.
부산대 연구팀은 각각의 모델을 3·6·9·12개월령 생쥐에 적용해 손상 패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젊은 생쥐(36개월)는 혈관 회복력이 좋아 혈류 재개가 빠르지만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과다 생성돼 '재관류 손상'이 주로 발생했다. 반면 노령 생쥐(912개월)는 혈류 재개가 제한돼 '허혈 자체'로 인한 손상이 더 컸다.
이러한 차이는 KMCAO와 LMCAO의 구조적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LMCAO는 필라멘트를 제거하면 비교적 자연스러운 혈류 회복이 가능하지만 KMCAO는 총경동맥을 영구적으로 묶기 때문에 회복이 제한적이다.
조수인 교수는 "수년간의 데이터를 종합해 MCAO 모델의 병리적 차이를 연령 변수와 함께 분석했다"며 "전임상 단계에서 약효 평가가 실패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모델 일관성 부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수많은 뇌졸중 신약 후보물질이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임상에서 실패하는 배경에는 실험모델의 표준화 문제도 큰 몫을 해왔다.
이번 연구는 생쥐 실험 시 ▲모델 방식 ▲연령대 ▲재관류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정밀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특히 혈전용해제 등 재관류 치료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의 이해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부산대 조수인 교수를 교신저자로 한의학과 김홍래·김효은 석사과정생이 제1저자 및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김형환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임지연 박사(공동 제1저자)도 연구에 함께했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에서는 각 모델별 병리학적 손상이 어떤 분자기전으로 발생하는지 면밀히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약 자원을 활용한 뇌졸중 치료 기전을 탐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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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zumi와 Zea Longa 모델은 1980년대 흰쥐를 대상으로 개발된 방식이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조작 생쥐의 활용이 보편화되며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두 모델을 연령별로 비교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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