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1년 만에 시리아 제재 공식 해제…"새정부 변화"

2004년 5월 발효 행정명령 폐지
내달 1일부터 효력
알샤라 대통령, 긍정적 조치 평가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21년 만에 공식 해제했다. 적대국이었던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 가능성을 공식화한 동시에 시리아의 아브라함 협정 참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에서 "2004년 5월11일 발효된 행정명령 13338호(시리아 특정 개인의 재산 동결 및 특정 물품 수출 금지)에서 선포된 국가비상사태를 종료하며 해당 명령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리아에 대한 추가 제재들도 모두 폐지했다. 이 조치는 현지시간으로 내달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해제 배경에 대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붕괴한 뒤 아메드 알샤라 대통령이 집권한 새로운 정부의 긍정적 조치를 비롯해 시리아가 6개월간 발전적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시리아가 안정적이고 통일된 국가로 자신과 이웃 국가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테러 조직에 피난처를 제공하지 않고 종교 민족 소수 집단의 안전을 보장하는 시리아는 지역 안보와 번영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조치는 시리아 경제가 세계 경제 네트워크와 다시 연결되고, 국가 기반 시설을 재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시리아 국민을 구제하고 국가가 성공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중동 순방에서 밝힌 대(對)시리아 제재 해제 약속을 지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 회담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 대통령을 "강인한 인물" "투사" "강력한 이력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같은 달 23일 시리아에 일반허가(General License·GL) 25를 발급하고 '시저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Act)'에 따른 제재를 180일간 유예하는 등 제재 해제 조처를 발표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제재 완화는 중동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목표와도 맥을 같이한다"며 "미국은 장기적으로 시리아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국교 정상화를 핵심으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 확대에 나서고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핵심 외교 성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행정명령에서는 지난해 말 정권 붕괴 전 러시아로 도피한 알아사드 전 대통령을 포함해 시리아 전임 정권 관련자에 대한 제재는 유지했다.

아울러 ISIS(미군의 '이슬람국가' 호칭) 또는 기타 테러 조직, 인권 학대자, 화학무기 및 화학무기 확산 활동 관련자 등도 구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