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 녹산산단서 안전종합지원 사업
외국인 근로자에 안전한국어·현장 실습 교육
근로자 개인 라이프스타일 개선…의식주 종합 지원
"위험해요, 위험해요!"
부산 녹산산업단지 내 종합폴스타 공장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선 요즘 이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시작된 외국인 근로자 대상 안전 한국어 교육 이후, 작업 현장에서 실제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경고하는 행동이 자연스레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 17일 현장에서 만난 성승현 종합폴스타 녹산공장 생산관리부장은 "단순히 재밌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의미를 정확히 알고 하는 말"이라며 "용접 구역에서는 장난스럽게 툭 치면서 '불났다'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 의식을 높이는 데 거창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동안 언어 소통이 어려워 자잘한 문제 상황이 발생해도 관리자에게 알리지 않고 현장을 피하던 경우가 많았다. 결국 사고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문제가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고 주변에 알리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변화는 부산산단 통합안전관리 지원협의체가 주관한 '하이파이브(Hi-FIVE) 안전 프로젝트' 덕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부산 지역 산업단지에서 실질적인 안전사고 예방 문화를 만들기 위해 민·관 12개 기관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종합 안전관리 패키지다. 한국산업단지공단 부산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소방청, 안전보건공단, 환경공단,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지역 의료기관과 기업 등이 힘을 모았다.
부산 서부산권에 위치한 녹산국가산단은 선박·기계·자동차 부품 산업 중심지로, 2100여개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다. 부산권 산업단지 중에서도 생산 규모와 근로자 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핵심 거점이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비율은 단일 산단 기준으로 비수도권 1위다.
한편, 전국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율은 약 3.2%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산재 사망사고 비율은 2022년 9.7%, 2023년 10.5%, 2024년 1분기에는 11.2%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내국인보다 3배 이상 높은 치명적 재해율을 기록하고 있다 보니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체계적 안전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배경에서 시작된 하이파이브 프로젝트는 기존의 일방적인 안내서 배포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언어 장벽을 낮추고 실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적별 리더를 선발해 '불이야', '도와주세요', '작업 중지' 등 핵심 표현을 교육한 뒤, 이들이 사업장으로 돌아가 동료 근로자에게 다시 전파하는 방식이다.
박민규 종합폴스타 주임은 "사고 훈련을 할 때 외국인 직원들이 '불이야' '사고났어요' 같은 말을 먼저 꺼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며 "현장 분위기 자체가 훨씬 편해졌고, 관리자와 농담도 주고받는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하이파이브 사업은 단순한 안전 교육을 넘어 의식주, 의료, 문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생활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작업복 구매 바우처, 건강검진, 기초 의사소통 교육, VR 체험 등 실용적인 지원이 포함됐다. 산단공 관계자는 "작업장 안팎에서의 생활 습관까지 포함해 안전의식을 높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단공은 하반기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검진, 안전 캠페인, 문화 행사를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갑을녹산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혈액 검사 등 기초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안전보건공단 등과 협력해 사고 대응 훈련과 안전 체험 부스를 운영하는 현장 중심 캠페인도 진행한다. 이 밖에 명랑운동회 등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지역 정착과 사회적 소통을 도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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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국산업단지공단 공동기획]
부산=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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