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군사행동 의회 패싱에…공화당도 "위헌적" 비판

공화당 일부에만 설명…민주당 "끔찍한 판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타격을 단행한 가운데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점을 두고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구가 적힌 빨간색 모자와 빨간색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 핵 개발시설인 포르도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백악관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두고 의회의 승인 없이 미 정부가 군사력 사용이라는 중대 조치를 할 수 있는가를 두고 이어져 온 오랜 논쟁에 거센 불을 지쳤다고 전했다. 이란 공습 전 트럼프 정부는 공화당 주요 인사에게만 공격 계획을 설명하고 통상 이런 정보를 함께 받는 민주당 인사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고 미 언론들은 덧붙였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이란 공격을 단호한 행동이라 추켜세웠으나 민주당뿐만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도 대외 군사 행동을 할 때는 의회의 승인을 받았어야 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군사 행동을 실행한 첫 미국 대통령은 아니지만, 이번 대이란 공습은 향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점 등을 미루어보아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미 헌법도 의회가 전쟁 선포 권한을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작전을 벌인 사례들이 있다.

민주당 소속 팀 케인(버지니아) 상원의원은 이번 이란 공습을 두고 "끔찍한 판단"이라며 "모든 상원의원이 이 어리석은 세 번째 중동 전쟁에 찬성하는지 투표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인 의원은 앞서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선포하거나 특정 군사행동을 하기 전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해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군사 행동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 없이 '형식적인 통보'만 받았다고 밝힌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 의원은 "어떠한 대통령도 이 나라를 비정상적인 위협, 전략 없는 전쟁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는 국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이란에 맞서려면 힘, 결단력,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통상 국가 안보의 주요 사안을 브리핑하는 '8인의 갱'(Gang of Eight) 일원인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짐 하임스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도 관련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의원은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엄청난 도박이었다"며 "아직 아무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번 이란 공격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나왔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켄터키) 하원의원은 미국의 해외 전쟁 개입을 반대해왔는데, 이번 이란 공습을 두고도 "합헌적이지 않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충성파'로 꼽히는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조지아) 하원의원도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견을 펼쳤다.

AP통신은 이란 공습을 둘러싼 공화당 내 분열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에 포함된 국방비 증액 추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법안은 총 3500억달러(약 482조원) 규모의 국가안보 패키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조만간 의회 표결 예정이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