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외국은 어떤가
EU, 여성임원 미달 땐 벌금 등 제재
일본, 2030년 女임원 30% 목표
여성 임원 할당제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다양성(DEI) 정책 후퇴로 주춤하고 있지만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유리천장을 깨는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2022년 11월22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 5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이 유럽의회의 '기업 이사회 내 성별 균형 지침' 채택을 기념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유럽 상장기업은 내년부터 비상임이사의 40% 이상, 전체 이사의 33% 이상을 '소수 성'으로 구성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이 2022년 11월22일 기업 이사회의 성별 균형에 관한 새로운 법률을 공식 채택하면서다. 대상 기업은 내년 6월30일까지 해당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매년 각국 정부에 이사회 성비 현황을 알려야 한다. 비율이 미달할 경우 달성 계획도 제출해야 하고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해진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 부과, 명단 공개 등 제재도 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을 위해 10년을 노력했다. 2012년 11월 EU 집행위원회가 기업 이사회 성별 균형에 관한 제안을 제출했고, 이듬해 유럽의회가 이 입장을 채택했지만 독일 등 일부 회원국과의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취임 후 적극적으로 협상을 추진하면서 최종 합의를 이뤄냈다.
법안 통과 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베라 요로바 집행위 부위원장 등과 성명을 내고 "상장기업 이사회의 유리천장을 깨는 법률을 갖게 됐다"며 "최고위직을 맡을 자격을 갖춘 여성은 많으며 새로운 법을 통해 이들이 실제로 자리를 얻을 진정한 기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웃 나라 일본도 비슷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2023년 6월 '여성 활약과 남녀 공동 참가의 중점 방침'을 결정하고, 도쿄증권거래소의 대형 상장사들로 구성된 프라임 상장기업에 대해 2030년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해당 방침에는 "국내외 투자가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을 중시하고 있다"면서 "일본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라고 적시했다. 강제력은 없지만 규정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합리적 이유를 공개하도록 하고, 타당하지 않은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 규정을 뒀다.
한국은 2022년 8월부터 이른바 '여성이사 할당제'가 시행됐다. 자본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기업이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규정(자본시장법 제165조의20)했다. 그러나 별다른 제재가 없다 보니 미이행 기업도 있다. 이번 양성평등지수 조사에서도 현대코퍼레이션, KCC의 경우 올해 1분기 기준 자본총액 6조원대의 기업임에도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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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의 '여성이사 할당제의 향후과제' 보고서는 "기업 내 양성평등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면서도 "1인의 여성이사 선임만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논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식적으로 소수집단 중 일부를 상징적인 대표로 뽑아 구색을 맞추는 진정성 없는 '토크니즘'을 탈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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