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中 완성차 시장 뚫었다…체리차에 46시리즈 공급

6년간 총 8GWh 공급…1조원 규모 추정
'46시리즈' 경쟁력·글로벌 공급역량 인정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업계 최초로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자국 배터리 탑재율이 높아 '철옹성'으로 불리는 중국 전기차 시장을 뚫은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6일 중국 5대 자동차업체인 체리자동차(奇瑞汽車)와 6년간 총 8GWh 규모로 46시리즈를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8GWh는 약 12만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계는 약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본격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며, 체리자동차의 주력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체리자동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로, 지난해 전체 판매량 240만대, 수출 물량 110만대를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기업이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에 이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체리(Chery), 엑시드(Exeed) 등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철옹성'이라고 불릴 만큼 외국계 배터리 업체가 진입하기에 매우 폐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닝더스다이(CATL), 비야디(BYD) 등 현지 업체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완성차 기업들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자동차배터리혁신연합(CABIA)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 전기차 시장 배터리 점유율은 CATL 45.9%, BYD 22.5%, CALB 7.5%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현지 업체가 차지하는 것이다.

이번에 계약을 체결한 신규 폼팩터 46시리즈 배터리는 지름 46㎜, 높이 80~120㎜의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2170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생산 효율성이 뛰어나 전기차 주행거리와 성능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 또한 빠른 충·방전 속도와 우수한 열 관리 성능을 갖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고객가치만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체리자동차와의 이번 공급 계약은 상당한 큰 의미를 가지며 이를 계기로 신규 폼팩터인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 시장으로 더욱 확대해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대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서 신규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와 원통형 배터리 성능을 더욱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강화한 배터리 모듈·팩 솔루션 셀 배열 구조(CAS)를 선보인 바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단순히 생산단가뿐 아니라 품질과 수출 요건까지 고려해 배터리를 선정하고 있다"며 "이런 판단하에 수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배터리 수급 경로를 이원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는 배터리 출처가 공개되는 만큼 브랜드 신뢰도에도 영향을 준다"며 한국산 배터리를 채택했다는 건 품질 측면에서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