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R&D 투자…"이론 없인 美 못 따라잡아"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런정페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인공지능(AI) 칩 '어센드' 성능에 대해 미국보다 한 세대 뒤처져 있다며 미국이 화웨이의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 CEO는 1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센드 칩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런 CEO는 "중국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는 많고, 그중 상당수는 잘하고 있다. 화웨이도 그중 하나"라면서도 "미국은 화웨이의 성과를 과장하고 있다. 화웨이가 아직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 칩은 (화웨이가) 아직 미국보다 한 세대 뒤처져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역량을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이날 미국과 중국은 영국 런던에서 고위급 무역 회담 둘째 날 협상에 들어간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상 주요 안건 중 하나는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이다.
앞서 지난달 13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전 세계 어디에서든 화웨이의 어센드 칩을 사용하면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모든 나라에 화웨이 칩 금지령을 내린 것이다. 또 지난달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통제당한 가운데 중국 경쟁사들의 역량이 빠르게 증가해 엔비디아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날 런 CEO의 발언은 화웨이의 현재 기술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미국의 화웨이 칩 금지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런 CEO는 "우리는 수학으로 물리를, 비(非)무어 방식으로 무어의 법칙을, 군집 연산으로 단일 칩을 보완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실용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개발에 어려운 점이 있느냐고 묻자 런 CEO는 "어려움이 없었던 적이 언제 있었느냐"며 "중국은 중저급 칩 분야에서 기회를 갖고 있다. 중국 내 수십, 수백개 칩 회사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특히 화합물 반도체에서 기회가 더 크다"고 답했다.
런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년에 1800억위안(약 34조 2108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데, 이 중 약 600억위안은 기초 이론 연구를 위한 것으로 평가를 하지 않는다"며 "나머지 1200억위안은 평가를 거쳐 제품 연구 개발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론이 없으면 돌파구도 없고,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접근이 차단되자 자체적으로 반도체 역량 개발에 나섰다. 외신들은 런 CEO가 화웨이의 첨단 칩 제조 노력 관련 공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런 CEO는 인공지능(AI)의 미래에 대해 "인류 사회의 마지막 기술 혁명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AI의 발전은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중국도 많은 강점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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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칩에 대해서도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적과 클러스터링 등 방법을 통해 계산 결과 면에서 최첨단 수준과 맞먹을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앞으로 수백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사회 전반의 요구를 충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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