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땐 '권위국가' 비판 및 비용 우려에 포기
미국 육군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생일이자 육군 창립 250주년을 맞아 수도 워싱턴DC에서 진행하는 열병식으로 인해 도로 파손 등 피해가 예상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오는 14일 예정된 열병식에서 미군의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 28대가 가두 행진에 참여한다. 에이브럼스 탱크 한 대의 무게는 약 70톤(t)으로 워싱턴DC 도로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중량인 36t의 거의 두 배다. 이 밖에 스트라이커 장갑차 28대, 기타 차량 100여대, 2차 세계대전 때 운용한 B-25 폭격기 1대, 말 34마리, 군인 6600명 등이 열병식에 참여하며 헬리콥터 50대가 상공을 비행하게 된다.
지역 방송 NBC 워싱턴은 도로 피해가 총 1600만달러(약 217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스티브 워런 육군 대변인은 "피해 완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초기 추산일 뿐"이라고 WP에 밝혔다. 그는 탱크들이 도보 속도로 행진할 계획이며 금속 재질인 탱크 궤도와 도로 면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할 고무 패드를 부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 파손 외에도 쓰레기 수거, 도로 폐쇄, 경찰의 초과 근무 등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육군 당국은 이런 비용의 배상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군 당국은 육군이 열병식을 하는데 최대 4500만달러의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열병식이 열리는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육군 창립 250주년이다. 육군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거나 생일을 부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육군은 바이든 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6월에 워싱턴DC에서 250주년 행사를 개최하겠다며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계획은 최대 300명의 군인과 군무원이 참가하는 가운데 육군 밴드가 연주하고, 4개의 대포가 축포를 발사하는 소규모 행사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다. 다른 나라의 열병식을 부러워한 트럼프 대통령은 웅장한 행사를 원했고, 육군도 무력을 과시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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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도 워싱턴DC에서 열병식을 하려고 했으나 과도한 비용과 탱크가 일으킬 피해 등을 이유로 반발이 거세지자 계획을 접었다. 열병식을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은 러시아와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의 방식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며, 군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을 경계한 짐 매티스 당시 국방부 장관도 이런 이유로 반대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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