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방문·미리 설정 '간담회' 형태
취약 계층 찾는 타 자치단체장과 대비
"정책 중심의 실질적 소통 필요" 지적
정기명 전남 여수시장이 중단됐던 '현장 소통' 행보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5일 '시장이 간다! 여수 통통' 프로그램 일환으로 예울마루를 찾은 그는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열고, 여수 문화 브랜드 제고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행돼 32회 진행됐고, 2,200여명과 소통하며 민원 47건을 접수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수치적 나열만으로 정 시장의 '소통행정'이 과연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장이 간다! 여수 통통'이라는 타이틀은 시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예울마루 방문 사례는 문화계 관계자 간담회 위주라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민생현장 방문'이라 부르기엔 애매하다. 문화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현장이 택배 노동자, 장애인, 전통시장 상인 등이 겪는 삶의 문제와 직결된 '현안'인지는 물음표가 붙는다.
전국 다른 지자체장들의 민생 현장 접근 방식은 더 직접적이고 깊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쪽방촌·고시원 등을 직접 방문해 주거 취약계층의 실거주 환경을 점검했고, 신상진 경기도 성남시장은 청년 구직자와의 간담회를 통해 청년정책 개선을 즉각 반영하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이에 비해 여수시의 '민생 접점'은 주로 관행적인 방문, 행정 소관 부서가 미리 설정한 '안전한 간담회' 형태가 많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 시장은 지금까지 총 47건의 민원을 접수했고, 이 중 27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해결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처리 완료'라는 행정 용어가 실제 정책적 개선이나 시민 불편 해소로 이어졌는지를 검증할 객관적 지표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나머지 20건 중 9건이 '법적 불가' 또는 '지침 위반'으로 사실상 반려됐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사례들이 초기에 사전 검토만 잘 됐더라면 시민 기대를 무리하게 부풀리지 않았을 것이며, '시장이 현장에 왔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불신을 남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 시장은 "남은 임기 동안에도 소통행정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기'와 '정책'은 다르다. 임기 내에만 존재하는 소통은 결국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기 마련이다. 시민과의 소통을 행정 구조 속에 제도화하거나, '시장이 아닌 누구든'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병행돼야 진정한 의미의 소통 행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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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시민의 삶은 계속된다. 보여주기식 현장 방문이 아닌, 현장을 중심으로 문제를 구조화하고 행정의 연속성으로 이끌어가는 정책 중심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호남취재본부 이경환 기자 khlee276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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