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슬레이트]오합지졸이라도 괜찮아…'하이파이브' 연대의 힘

시계아이콘01분 2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정의로운 사회 질서 향한 초인들의 투쟁
상대는 사회 취약성 파고드는 사이비교주
아름다운 공존 아니라도 연대의 고리 생성

영화 '하이파이브'는 정체불명의 남성으로부터 장기를 이식받아 초능력이 생긴 사람들의 이야기다. 발휘하는 힘은 제각각 다르다. 심장병으로 학업과 친구를 모두 놓친 중학생 완서(이재인)는 괴력과 민첩성을 얻었다. 백수인 지성(안재홍)은 어마어마한 폐활량, 비슷한 처지의 기동(유아인)은 전자기파 조종력, 근로 감독관 약선(김희원)은 강한 치유력을 가졌다.


[슬레이트]오합지졸이라도 괜찮아…'하이파이브' 연대의 힘 영화 '하이파이브' 스틸 컷
AD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미숙한 경험과 책임 회피로 출발은 순조롭지 않다. 일부는 책임을 요구받으면서 취약성에 사로잡힌다. 애써 회피하거나 고립돼 자폐화된다.


강형철 감독은 분위기 전환의 발판으로 연대를 가리킨다. 배역들이 스스로에게만 해당한다고 여겼던 불안감과 열패감이 타인, 나아가 우리 사회와 복잡하게 연결돼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서로 간 의존성과 이를 조율하는 에토스를 곁들여 개개인의 부담을 낮추고 불필요한 책임을 지운다.


한편으로는 야기된 불안정성을 집단적이면서 체계화한 방식으로 해결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때 불안정성의 반대는 안정이 아니다. 살 만한 삶을 위한 상호의존성이 작동하는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향한 투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맞서는 상대는 같은 공여자에게서 췌장을 이식받은 영춘(신구·박진영)이다. 타인의 젊음을 빼앗는 능력을 거리낌 없이 남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 다른 초능력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완서 일행을 하나둘 납치한다.


[슬레이트]오합지졸이라도 괜찮아…'하이파이브' 연대의 힘 영화 '하이파이브' 스틸 컷

사이비 교주인 그는 타인의 재산과 행복을 숱하게 착취해왔다. 사회의 취약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권력을 키워온 독재자다. 스스로 대표성을 부여해 영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표식으로 수탈을 정당화한다. 초능력을 얻어 회춘하면서 영향력을 더 넓은 세계로 확장하고자 한다.


하지만 타인의 취약성은 상처받을 가능성으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서 개방성으로까지 발전할 만한 저항으로 나타난다.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응성도 취약성의 기능이자 효과임이 드러난다.


강 감독은 이를 남다른 촉각, 시각, 후각, 청각과 운동성으로 상징화한다. 완서 일행이 감각이 규제된 신도들과 달리 상황을 직시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 영춘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초인으로 거듭났으나 여전히 취약성이 남아있다.


취약성은 경험에서 비롯한 잠재적인 혹은 명시적인 특질이다. 타자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세계에서도 의존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 전략보다 단결된 형태로 용기를 발휘해야 저항에 가닿을 수 있다. 강 감독이 완서 일행을 시종일관 오합지졸로 그리면서도 말미에 상호의존성을 부각해 역전을 유도하는 이유다.


[슬레이트]오합지졸이라도 괜찮아…'하이파이브' 연대의 힘 영화 '하이파이브' 스틸 컷

엄밀히 말하면 상호의존성은 사회적 조화나 아름다운 공존의 상태로 보기 어렵다. 서로가 처음 보는 사이일 수도, 뜻하지 않은 관계일 수도 있다. 타인과 연대하면서 선택하지 않은 어떤 차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AD

그렇다고 힘이 분산되거나 약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거리나 광장은 물론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꽤 인상적이고 효과적인 연대의 고리를 생산해낸다. 우리의 의지로서 진입하는 의도적인 계약에서만큼 예측하지 못한 조건들에서도 연대의 힘이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셈이다. 오합지졸로 보일지라도.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