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3200㎢로 줄이기로
제외지역, 광부 소유 구역과 겹쳐
전문가 "불법 채굴에 노출" 우려도
페루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거대 지상화 '나스카' 유적지의 보호구역을 절반 가까이 줄이기로 결정해 논란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AP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페루 문화부가 나스카 보호구역을 현재 5600㎢에서 3200㎢로 42% 축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페루 문화부는 "20년간 연구를 바탕으로 내린 것"이라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역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축소된 면적은 축구 경기장 약 1400개 크기에 해당한다.
나스카 유적지는 2000여년 전 고대 원주민 공동체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지상화가 있는 지역이다. 이 지상화는 1920년대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곳에는 벌새, 원숭이, 고양이, 고래 등 동물들과 도형 등을 그린 거대한 그림 수백 개가 땅 위에 그려져 있는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러한 그림들을 그렸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다. 또 그림의 크기가 워낙 거대해 비행기나 헬기를 타고 공중에서 봐야 그림의 온전한 형태를 볼 수 있다. 유네스코는 1994년 나스카 고원 일대를 세계유산으로 등록했다.
고고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페루 정부의 이번 결정이 고대 유적지를 불법 채굴에 노출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나스카에는 철광석, 석고 등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는데 보호구역에서 제외된 지역은 광업화종합등록부(REINFO)에 등록된 광부들이 소유한 구역과 겹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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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카 지상화 보호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는 역사를 지우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환경변호사 세사르 이펜자는 "정부가 환경보다 채굴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업자에게 유리하도록 제재 체계가 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고학자이자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루이스 하이메 카스티요도 "이 지역은 이미 불법 채굴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아노 카스트로 전 환경부 장관은 AP통신에 "이번 결정은 보호구역을 매우 심각한 위험에 노출하는 움직임"이라며 "이 결정은 관련 집단에는 이득이지만 모든 페루 국민에게는 해롭다"고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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