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협회 '해외진출 역량 강화' 웨비나
韓, 대미 의약품 수출 규모 상대적으로 작아
MFN 시행 시 국내 약가에도 직·간접적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인상 정책이 국내 제약·바이오 수출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이 '최혜국 대우(MFN)' 약가 인하 행정명령을 통해 처방의약품 가격을 크게 인하할 경우 국내 약가 정책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30일 '제약바이오 해외진출 역량 강화'를 주제로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트럼프 2.0 정부의 통상정책 변화'와 '미국 약가 정책의 변화' 등의 현안에 대해 발표했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제약 분야에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의약품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바이오시밀러나 CDMO(위탁개발생산)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일정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받게 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상무는 지난해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 규모가 미국 전체 의약품 수입액의 1%대 수준에 불과하다는 관세청 통계를 제시하며 "우리나라의 대미 의약품 수출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바이오 업계를 향해 소통과 협력에 나서줄 것도 당부했다. 그는 "대내적으론 정부와 협회, 기업 등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해나가야 한다"며 "미국 내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대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장 접근성을 보호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세진 아카디아 대표는 "MFN 약가 인하 행정명령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MFN이 연방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법적 효력이 있는 행정명령 형태로 발표됐지만 소송을 통해 절차적 하자가 인정될 경우 집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MFN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정책이 무산됐고,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MFN 제도는 공식 폐기됐다.
안 대표는 또 "미국은 표시약가가 실제 순약가에 비해 굉장히 높게 형성돼 있다"며 "MFN에 의해 표시약가가 일괄적으로 인하하게 되면 연계된 모든 의약품 관련 사업이 타격을 받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 MFN 행정명령이 시행된다면 국내 제약산업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신약 개발기업들의 경우 예상 매출이 하락해 신약 라이센스의 가치가 폭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개발기업들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MFN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만 있는 제품, 즉 '싱글 소스' 제품을 타겟으로 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의 경우 '멀티 소스' 제품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에선 신약 출시가 지연될 우려도 있다. 그는 "MFN이 적용되면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제품의 주요국 출시를 늦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직·간접적인 약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약가 인하 행정명령의 시행 여부와는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무역 정책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도 조언했다. 안 대표는 "MFN이 시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의회에서 법률로 제정한다면 그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라며 "국내 제약사들과 의약품 산업에 대해 지속적인 리스크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