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백악관 최대 표적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임기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운털이 박혔다. 쿡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동행을 거부하며 눈 밖에 나게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3~16일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앞두고 백악관이 여러 미국 기업 CEO들에게 동행을 권유했는데, 쿡 CEO는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화가 난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중동 순방 기간 여러 차례 쿡 CEO를 비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칭찬하며 "팀 쿡은 여기 없지만, 당신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카타르에서는 "팀 쿡과 약간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에 25% 관세 부과를 위협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나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이 인도 혹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제조되기를 바란다고 팀 쿡 애플 CEO에게 오래전에 알린 바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애플은 최소 25%의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전화하고, 만나서 식사하며 좋은 관계를 쌓았다. 개인적으로 로비에 나서며 아이폰이 관세 예외 대상에 오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NYT는 쿡 CEO가 지난 8년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사랑받는 CEO 중 한 명이었으나, 이젠 백악관의 최대 표적 중 하나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애플이 최근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쿡 CEO의 대외적인 영향력이 약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에서 정책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를 지낸 누 웩슬러는 쿡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매우 공개적인 관계가 역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 가능성까지 포함해 모든 조치가 면밀히 검토되기 때문에 애플은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관세 관련 합의를 끌어낼 유인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애플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애플과 백악관은 쿡 CEO의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 동행 거부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애플은 최근 관세 외에도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고, 쿡 CEO와 사이가 틀어져 2019년 퇴사한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최근 오픈AI에 합류했다. 지난 3월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음성 비서 시리의 핵심 기능 일부 출시 연기를 발표하며 AI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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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 쿡 CEO가 지난주 백악관에 빈번히 전화하고 회의도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평화 협상'을 위한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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