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체코 우호 협력 의미 담아
‘바츨라프 하벨 벤치’가 서울 서초구 양재천에 국내 최초로 설치됐다. 이 벤치는 체코 민주화의 상징이자 한·체코 우호 협력의 미래를 담은 국제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왜 하필 양재천에, 그리고 지금 이 벤치가 놓이게 됐을까.
바츨라프 하벨(1936~2011)은 체코슬로바키아의 마지막 대통령이자 체코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다. 반체제 극작가로 활동하며 40여년간 이어진 공산정권에 맞서 1989년 ‘벨벳 혁명’을 이끌었고, 평화적 민주화의 상징으로 세계적 존경을 받았다.
하벨은 “진실과 사랑은 거짓과 증오를 이긴다”는 신념을 실천하며 분열된 나라를 대화와 소통으로 하나로 만들었다. 그의 이름은 2012년 체코 프라하 국제공항 명칭에도 남아 있다.
하벨 벤치는 세계 18개국에 설치돼 있다. 원형 테이블을 관통해 자라는 나무와 마주 앉은 두 개의 의자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디자인은 대화의 뿌리와 민주적 소통,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을 상징한다.
하벨 재단과 주한 체코 대사관 등은 월드컵공원, 한국외대 등 6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서초구 양재천을 최적의 장소로 선정했다. 양재천은 사계절 자연생태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열린 공간으로 하벨의 ‘대화와 소통’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 작용했다. 벤치는 수변 무대 맞은편,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에 설치됐다.
올해는 한·체코 수교 35주년이 되는 해다. 충북 단양군이 기증한 복자기나무와 체코에서 수송된 테이블·의자가 어우러져 상징성을 더했다. 특히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26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한·체코 경제협력은 새로운 도약점에 섰다. 서초구가 이번 하벨 벤치 설치가 문화예술을 넘어 두 나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미래지향적 협력의 상징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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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이번 벤치 조성을 계기로 프라하 6구와 우호도시 협약 등 다양한 공공외교와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양국 협력의 상징인 하벨 벤치 조성에 힘입어 원전 수주 계약까지 최종 성사돼 한·체코 우호 협력의 새로운 도약점이 되기를 기원한다”며 “양재천에 자리한 하벨 벤치가 시민들에게 민주적 소통과 절실한 화합의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뜻깊은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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