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마루보족 인터넷 개통 후 상황 소개
일부 매체 “음란물 중독” 왜곡…부족원들 반발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 사는 부족이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족 구성원을 음란물 시청 중독자로 보이게 하는 기사를 내보냈다는 이유다.
AP통신과 영국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아마존 자바리 계곡의 마루보족 측이 NYT, 미 연예매체 TMZ와 포털사이트 야후 등을 상대로 1억8000만달러(2500억원 상당)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취지의 소장을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6월 NYT는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인터넷 개통 이후 달라진 마루보족의 상황을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2000여명의 부족원이 마을끼리 연락을 하거나 사랑하는 이들과 문자를 주고받고, 긴급 상황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부족 사람들이 인터넷 때문에 가족과도 대화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에 빠져 일을 하지 않고 게을러지는 등 상황이 나빠졌다", "미성년자들이 음란물을 보기도 한다"는 등 일부 부족 일원의 우려 섞인 시선도 보도했다.
그러자 일부 매체들은 NYT를 인용, "마루보족 사람들이 음란물에 중독됐다"는 제목으로 기사 취지를 왜곡해 재확산하기 시작했다. 특히 TMZ의 경우 '부족의 스타링크 연결이 포르노 중독으로 이어졌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에 부족에 관한 기사를 처음 보도한 잭 니카스 NYT 기자는 추가 보도에서 "마루보족 사람들은 음란물에 중독되지 않았다"며 "취재를 하러 간 마을에서는 그런 일을 보지 못했으며 NYT의 기사가 그런 사실을 암시하지도 않았다"고 추가 보도했다.
그럼에도 왜곡된 기사는 영국, 독일, 호주, 인도, 튀르키예, 멕시코 등 전 세계로 퍼졌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를 조롱하는 밈(meme)도 올라왔다.
당사자인 마루보족 사람들은 이에 반발했다. 마루보족의 지도자이자 스타링크 개통을 주도한 에녹 마루보는 SNS에서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며, 우리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무시하는 편향적인 사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BBC 보도에 따르면 마루보족 측은 소장에서 NYT 기사에 대해 "'마루보족을 인터넷에 대한 기본적인 노출도 감당하지 못하는 커뮤니티로 묘사했으며 젊은 세대가 포르노에 빠져들었다는 주장을 부각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니카스 기자는 커뮤니티를 관찰하거나 이해하거나 존중에 기반한 교류를 할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니카스 기자는 2000명 규모 마루보 부족 마을에서 일주일가량 생활했다고 주장했으나, 그가 실제 머문 시간은 48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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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NYT는 소송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NYT는 AP에 보낸 성명을 통해 "해당 기사 내용은 원주민 마을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오랜 기간 지켜온 문화 속에서 새로운 기술이 미치는 혜택과 복잡성을 세밀하게 탐구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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