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레벨업①]5000시대, 꿈일까 현실일까…전문가 20인 진단
[코스피 레벨업②]"새 정부, 이것만은 꼭 하라" 주가 띄우는 정책제안 살펴보니
[코스피 레벨업③-1]"日처럼 강한 밸류업 의지 필요…확실한 당근·채찍 있어야"
[코스피 레벨업③-2] 꿈의 숫자 달성, 3박자에 달렸다
코스피 5000시대에 진입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은 무엇일까. 한목소리로 '증시 부양'을 외치고 있는 대권 주자들의 세부 방법론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자본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에서도 일부 온도차는 존재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해야만 코스피 레벨업이 가능하다는 문제의식만큼은 동일하다. 상당수 전문가는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환원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장기투자 세제 혜택 등에 힘을 실었다.
27일 아시아경제가 자본시장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및 인터뷰를 종합하면 응답자의 40%인 8명은 차기 정부가 코스피 밸류업을 위해 도입해야 할 제도(복수응답)로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환원 확대'를 언급했다. 기업지배구조가 글로벌 눈높이에 맞게 투명해지고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 등 주주환원율이 개선돼야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를 위한 세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공약한 배당소득 분리과세(7명)는 최대 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배당을 늘리는 유인으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투자기간에 비례해 배당 원천징수 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장기투자 세제 혜택(7명) 역시 다수 언급됐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찍보다는 배당소득 감세라는 당근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대만처럼 배당소득세를 인하하고 주식 장기 보유자에게는 좀 더 세율을 인하해주는 감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재계단체 관계자 역시 "장기 투자 유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공약을 환영했다. 이준서 전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교수)은 "배당소득 개편이 필요하다"면서도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위배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차라리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게 오래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배당소득 관련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짚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공약한 상법 개정(4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개진됐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상법개정과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제도·소송당사자들이 재판 전에 증거와 관련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공정한 재판과 조기 해결을 유도하는 제도) 도입이 핵심"이라며 "거버넌스 개선의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B인베스트먼트 파트너 역시 "상법개정은 기본이고, 여기에 중복상장을 어렵게 하는 제도, 자사주 의무 소각과 관련한 제도도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수준은 큰 변화를 못 만들었기 때문에 더 강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이 일부 대주주의 전유물처럼 경영되는 문화개선이 필요하다"고 기업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재계단체 측은 전체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상법개정은 너무 포괄적이라며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만으로도 이사회 대상 소송 등을 통한 소액주주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이사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과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이 소송 남발, 경영권 위협 등을 야기해 기업 경영의 자유와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반대를 표했다. 재계단체 관계자는 "특히 이미 폐기된 상법개정안이 더 강화된 형태로 다시 거론되는 데 대해 기업들의 위기감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본시장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오히려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일례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규제 등은 오히려 상장 부담, 상장 기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주요 5개국(G5)과 한국을 비교하면 한국만 유일하게 형법상 배임, 업무상 배임에 더해 각종 가중처벌 규정이 있어 이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완화해야 한다"면서 "배임죄 완화, 상속세 개편 등과 함께 과감한 투자지원, 세제 정책이 있어야 기업 성장과 증시 밸류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증시 밸류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자체, 산업계 전반의 펀더멘탈이 강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다수 나왔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본시장 공약이 투자자 보호에 쏠려 있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기업성장 지원책이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전 회장은 "기업의 본질 가치가 올라야지 그 나머지는 다 부수적"이라며 "결국은 우리나라 산업구조 개편 쪽으로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장기업 숫자가 너무 많다"며 거래소 개편 필요성도 덧붙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경제성장 정책, 산업정책을 재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단순하게 주식시장 이슈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대선을 앞두고 현재까지 공개된 공약을 살펴보면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 모두 증시 부양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상법 개정, 자사주 소각 원칙화,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 소액주주 보호와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한 구조개혁에, 김문수 후보는 자본시장법 개정, 배당소득세 감면 및 폐지,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등 세제 혜택에 보다 방점을 두고 있다. 앞서 이소영 민주당 의원 측에서 배당성향이 35%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배당소득을 종합소득에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방향성 자체는 비슷하다. 자본시장 활성화, 증시 활성화는 공통적 컨센서스"라며 "국민의힘은 친기업적 성향, 민주당은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부분들에서좀 더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양당 대선 공약에 지지율을 노린 보여주기식 재정풀기 정책이 경쟁적으로 포함됐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이는 재정상태 악화, 증세로 연결될 수 있는 요인인데, 직접적, 간접적으로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효율화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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