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
자체 모바일 칩셋 개발해온 삼성전자
샤오미도 나섰지만, 자신만만한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주요 고객이자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에 대해 "아주 오랜 기간 거대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이런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끈끈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듯한 말이지만, 삼성전자에는 뼈아픈 대목이 됐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센터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퀄컴의 주요 고객사인 샤오미는 모바일 칩셋 '쉬안제(XRing) O1'을 자체 개발했고,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이달 말부터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급변할 수 있는 퀄컴-샤오미 간 관계를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다.

아몬 CEO는 "내 기억상 삼성전자는 2G 휴대전화 시절부터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개발해왔지만, 퀄컴과 삼성전자의 관계는 여전히 원만하다"며 "우리는 샤오미와도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고, 샤오미의 모든 플래그십 기기에는 퀄컴의 기술이 적용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우리 관점에서 보면 변한 건 아무것도 없고, 앞으로 달라질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샤오미가 자체 칩셋을 개발해도 '플래그십 모델'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는 아몬 CEO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사례로 쓰인 셈이다.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를 통해 '엑시노스'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다. 퀄컴은 모바일 칩셋을 공급하는 협력 관계이자,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개발한 엑시노스 2500에는 3나노 공정이 활용됐는데, 파운드리에서 3나노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5에 탑재되지 못했다. 대신 경쟁사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8이 전량 채택됐다. 갤럭시 S25의 판매 호조를 마냥 반기기 어려웠던 이유다. 샤오미 역시 현재까지 모든 플래그십 라인업에 사실상 퀄컴 제품을 전량 채용해왔다.

아몬 CEO의 뼈 있는 답변은 '복잡한 파트너' 삼성전자를 향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퀄컴이 PC 칩 시장이나 로봇 등 영역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지만, 전체 매출 구조에서 1위를 차지한 모바일 시장이 여전히 핵심"이라며 "삼성전자나 샤오미를 향해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면서도, 투자자와 시장에 대해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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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올해 11월 차세대 엑시노스 2600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수율 개선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출시될 갤럭시 S26 모델에 이 칩셋을 탑재하는 게 삼성전자의 최우선 목표다. 엑시노스 2600 양산에 성공하면 퀄컴과의 경쟁관계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타이베이(대만)=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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