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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공정위, 플랫폼시대 경제분석 역량 끌어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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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석 인력 8명뿐…조직 1%에 불과
기업에선 사건당 1명 교수가 경제분석 맡아
공정위는 직원 1명이 여러 사건 동시에 진행
美 경제분석 직원은 80명…공정위 10분의 1불과

플랫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 내 경제분석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디지털 시장은 거래 구조가 복잡하고, 소비자와 공급자 양면에서의 지배력이 다르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기존 방식만으로는 경쟁 제한 여부를 판별하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김상현 “공정위, 플랫폼시대 경제분석 역량 끌어올려야” 김상현 공정거래위원회 경제분석과장이 지난 1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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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지난 2월 개방형 직위인 경제분석과장에 김상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임용했다. 공정위가 과장급(4급 서기관)에 테뉴어(대학교에서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는 제도)를 받은 현직 교수를 임용한 건 처음이다. 기업 사건의 판단 과정에서 경제 분석 역량이 중요해지는 시기인 만큼, 김 교수의 합류는 이목을 끌었다.


김 과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와 연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기업 간 경쟁 과정에서 시장 구조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산업조직론을 연구해왔다. 공정거래 분야에서는 플랫폼의 영업 전략 중 하나인 번들링(묶어팔기)이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져왔다.


김 과장은 지난 13일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정위의 분석 역량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시장 획정이 잘못되면 공정위 심사가 종료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획정을 포함한) 경제분석은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들도 경제분석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수들을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는 한 명의 공정위 직원들이 여러 사건을 동시에 다루고 있는 상황인 데다, 주요국 경쟁 당국과 비교하면 인력이 매우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정위 경제분석과는 어떤 업무를 하는 곳인가.


▲기업의 불공정 행위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 합병 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경제분석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여기서 경제분석이란 사건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경쟁제한 효과를 입증하는 일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경제분석은 ‘시장 획정’이다. 아주 단순화해서 예를 들어 보겠다. 소주 회사와 맥주 회사가 합병을 하겠다고 공정위에 신고할 경우 공정위는 합병으로 인해 경쟁이 약화해,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고 판단하고 합병을 불허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쟁이 악화할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우선 ‘어디까지를 시장으로 봐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누가 경쟁자고, 어디까지가 경쟁이 일어나는 시장인지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다. 만약 소주의 가격이 상승했을 때 소비자들이 맥주를 대신 선택하는 대체 관계가 성립된다면 소주와 맥주는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두 기업이 합병하면 주요 경쟁자 둘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므로 시장 경쟁 약화를 우려할 수 있다.


경제분석과는 소주와 맥주 사이의 충분한 대체 관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취향과 선택을 분석한다. 판매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경제적 분석이 주요한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사건의 경우 피심인 측에서도 법률적 판단에 경제 분석을 제출하는 경우가 있다.


-경제분석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가.


▲기업에서도 시장 획정에 대한 경제분석을 매우 열심히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획정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심사가 종료되는 경우도 있다. 각 과에서 분석 역량 지원을 요청할 경우에 협력한다.


-플랫폼 사건은 다른 전통산업보다 경제분석이 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런가.


▲전통산업의 경우 상품도 단순하고 소비자 집단도 균일하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다툼이 있을 만한 이슈는 소형차와 대형차 사이에 대체 관계가 있는지 정도다. 그러한 이슈가 정리되면 특정 업체의 시장지배력도 비교적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경우 소비자와 판매자 양면에 대해 다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기도 하고, 어느 한쪽에서는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기존의 경제분석 방법으로는 시장지배력을 평가하기가 어렵다. 시장이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하기 모호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영상 플랫폼과 웹툰 플랫폼은 상품의 대체 관계를 보면 경쟁자가 아니다. 하지만 이 둘은 이용자의 주의력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기도 한다.


-플랫폼 경제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공정위의 경제분석 역량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경제분석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개인적 차원이나 조직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공정위 차원에서 보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현재 공정위 경제분석과는 저를 포함해서 8명이다. 공정위 전체에서 경제분석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이다. 주요국들의 경쟁 당국은 기본적으로 조직 인력의 7~8%가 경제분석 인력이다.


(앞서 말씀드렸듯) 경제분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피심인 측에서는 한 사건에 교수 두 명이 매달려 분석을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저희는 사무관들이 (맡고 있는) 여러 사건을 동시에 봐야 하는 상황이다. 꼼꼼한 게 가장 중요한데 함께 데이터를 모으고 경제 분석의 방향을 잡고 논의를 하고 이론도 정리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부족한 상황이다. 공정위 경제분석 실무자들이 평균적으로 관련 경험이 더 많기 때문에 항상 공정위가 열세에 놓이는 건 아니지만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 차원에선 과거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이나 해외 경쟁 당국이 심사 중인 사례 등을 많이 읽고 분석해 감각을 날카롭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정위에서 과장급(4급 서기관) 직위에 현직 교수가 임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들이 있던 자리다. 민간 개방형 직위인 경제분석 과장에 테뉴어(대학에서 종신 교수직을 보장받는 제도)를 받은 현직 교수가 합류한 배경이 궁금하다.


▲산업조직론을 전공했다. 경쟁법과 함께 발전한 분야다. 경쟁을 활성화해서 경제를 더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 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전한 분야가 산업조직론이다. 그런데 학교에만 있다 보면 현실과 괴리되어 수학 문제를 푸는 데 매몰되는 경향이 있었다. 모형을 만들어서 풀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게 됐다. 테뉴어를 받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은 기회가 됐다. 정교수가 되고 직장이 안정됐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민간개방형 직위인 경제분석과장에 도전해볼 수도 있게 됐다.


-실제 실무에 와보니 어떤가. 후회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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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없다. 학교에 있을 때보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자극도 많이 받는다. 대부분의 연구자는 좋은 질문과 문제를 찾아 헤맨다. 좋은 질문을 던져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 현장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질문과 문제가 넘쳐난다는 것이다. 전국 각지의 각 산업에서 공정위로 다양한 문제들이 몰려오고 공정위에 있으면 그런 문제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연구자는 현장 경험을 하길 원할 것이다. 저의 경우 그 열망이 평균보다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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