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상당한 진전…12일 세부 내용 발표"
허리펑도 "회담 건설적"…공동성명 예고
미·중, 세자릿수 관세율 인하폭 주목
미국과 중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틀간 진행된 양국의 첫 공식 무역 협상 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양측은 추가 협상을 위해 새로운 협의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탐색전에 그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미·중 모두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만큼 교역 단절 수준인 세 자릿수 관세율 인하와 펜타닐 단속 등 현안에서 실질적인 합의를 도출했을지 주목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세한 내용은 내일(12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측 협상단으로 함께 참여한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마도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기초작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리펑 중국 경제 담당 부총리도 취재진과 만나 "회담은 건설적이었고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고 평가했다.
미·중은 이날 세부적인 합의 내용은 함구한 채 1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 허 부총리는 양국이 새로운 협의 체계를 만들어 향후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동은 미·중 양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상대국에 각각 145%, 1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단절 수준의 관세 전쟁을 벌인 뒤 처음 이뤄지는 공식 협상이었다. 미국 내에서 대중 관세폭탄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수준의 공급망 쇼크와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의 대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미국에서는 베선트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중국에선 허 부총리와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이 협상에 참여했다. 양측은 지난 10일 8시간의 마라톤협상에 이어 11일에도 3시간30분 동안 협상을 이어갔다.
미·중이 이번 협상에서 세 자릿수 관세 인하에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세율이 당장 얼마나 인하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후 대중국 관세율을 누적 145%까지 올렸고, 전날 적절한 관세율로 80%를 제시했다. 두 나라가 관세를 낮추기로 합의했다면 극단적인 무역 갈등 상황을 일부 봉합하고, 향후 무역 관계를 정상화하는 쪽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앞서 현지 언론은 미국 정부가 대중 관세율을 50%대로 낮추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 또한 현재 미·중 관세 수준은 "양쪽 모두에 지속적이지 않다"며 "양쪽이 상호적인 방식으로 관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이 밖에도 펜타닐 단속,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 중국 시장 개방 조치 등과 함께 미·중 정상 간 공식 통화나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예상된다.
백악관도 이번 협상 결과에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관계 재조정에 열의를 보였다며 "중국은 상황을 정상화하고 협력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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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오늘 중국과의 회담은 매우 좋았다"며 "많은 것이 논의됐고 많은 것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우호적이지만 건설적인 형태로 전면적인 (무역 관계) 재설정 협상이 있었다"며 "중국이 미국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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