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방 이후 550여명 방문
5·18 당시 헌혈 사진 전시돼
야외마당 참여 콘텐츠 '눈길'
"1980년 5월을 상징하는 곳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대동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느낍니다."
7일 오전 5·18 사적지 11호인 광주 동구 불로동 옛 광주적십자병원. 1965년 개원한 광주적십자병원은 1996년부터 서남대학교병원으로 운영되다 지난 2014년 경영난으로 폐쇄됐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은 1980년 5월 '야전병원' 역할을 했다.
광주시는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이달 3일부터 11년 만에 시민에게 개방했다. 5·18 대동정신 상징인 옛 적십자병원이 10여년 만에 내부가 개방되자 이날 오전에만 50여명의 시민이 몰렸다. 이곳은 개방 첫날부터 연휴 기간인 전날까지 나흘간 500여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5·18 당시 부상자를 치료했던 병원 응급실엔 색이 바린 하늘색 모포가 덮인 6개의 베드가 놓여있었다. 이곳에선 당시 근무자와 오월 안내해설사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됐다. 시민들은 모니터 속 영상과 응급실을 번갈아 보며 "그날 얼마나 아비규환이었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며 곱씹었다.
이어진 치과, 정형외과, 건강관리과 등이 적힌 곳에는 옛 적십자병원이 서남대병원 당시 마지막 환자를 받고 남아있는 내부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복도와 게시판, 벽 곳곳에는 2013년에 멈춘 달력이 걸려있어 세월의 흔적을 가늠케 했다. 게시판 한쪽에는 '병원 내부사정으로 인해 2013년 12월 9일부터 휴진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중앙현관엔 5·18 당시 의료진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헌혈에 임한 모습이 사진으로 전시돼 있었다. 시민들은 사진을 한 장씩 살펴보면서 짧은 묵념을 올렸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영안실을 비롯한 야외 마당에는 옛 적십자병원의 향후 활용방안을 묻는 참여형 전시 콘텐츠가 마련됐다. 시민들의 인터뷰가 인용된 해당 콘텐츠는 '나눔의 가치를 이어받은 공간', '마트', '오월 여행자 센터' 등 건물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이미지로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광주 광산구에서 거주하는 허모(61) 씨는 "광주에서 아픔이 있었던 현장을 11년 만에 다시 볼 수 있다고 해서 대동정신을 다시 느끼기 위해 찾아왔다"며 "12·3 계엄 사태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던 것도, 광주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시민이 5·18민주화운동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조모(45) 씨는 "최근 계엄 사태가 있기도 했고, 5월을 맞아 연휴 기간에 맞춰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다"며 "책에서만 보던 5·18의 역사를 눈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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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병원은 오는 3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에 걸쳐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오후 1시 30분 이후에는 5·18기념재단의 '오월 해설사'가 관람객들에게 무료 해설도 제공한다.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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