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호주 온라인안전국(eSafety)에 물었습니다
최소 연령 설정, 그루밍·성착취 피해 예방
플랫폼 책임 강화 동시에 청소년위원회로 협력
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특정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개설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일명 '소셜미디어 최소 연령법(Online Safety Amendment·온라인 안전 개정안)'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호주 내에서 운영 중인 SNS 플랫폼 기업들은 연령 제한을 실질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최소 연령을 설정함으로써 성적 유인(그루밍), 괴롭힘, 부적절한 콘텐츠 등 온라인에서 노출되는 고위험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eSafety 대변인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 시행될 SNS 가입 연령 제한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eSafety는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불법 행위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공식 정부 기구다.
호주에서 연령 제한 조치가 전면적으로 검토된 것은 아동·청소년들이 SNS를 통한 온라인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SNS 계정으로 각종 범죄 현장이 실시간 노출되기도 하는가 하면 성적 학대 문제도 불거졌다.
최근 eSafety가 호주에 거주하는 16~18세 청소년 100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음란물에 대한 실제 경험을 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74.8%)이 접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39.1%)은 온라인 음란물을 처음 접한 나이가 13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 호주 성인 4011명 중 2.8%는 지난 1년 동안 아동 성착취와 관련된 요청을 받았다. 온라인에서 아동 사진이나 정보를 공개적으로 공유한 사람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응답자 중 남성, 연령이 낮은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 언어적 배경이 다르거나 온라인에서 성적 혹은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요청받은 비율이 높았다.
eSafety 대변인은 "연령 제한으로 온라인 피해와 성착취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정의된 연령 기준은 부모가 자녀의 SNS 사용을 판단해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다. eSafety 대변인은 "연령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집행하는 책임은 이제 부모나 자녀가 아닌 (플랫폼)기업에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법적으로 정의된 연령은 청소년들과 그 또래 집단이 일관된 기준을 가질 수 있게 한다"면서 "아이들이 SNS를 시작하기 전 더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정서 발달과 회복탄련성도 높인다"다고 설명했다.
eSafety는 이번 법적 조치로 인해 SNS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Safety 대변인은 "플랫폼들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접근성과 실효성을 갖춘 방식으로 연령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가 선제적으로 조처를 하면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유럽에서도 16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SNS 이용을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최근 뉴질랜드도 호주와 유사한 내용의 SNS 제한 연령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당 소속 캐서린 웨드 의원은 SNS 플랫폼이 이용자 나이를 확인하고 16세 미만 미성년자일 경우 계정 생성을 차단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뉴질랜드 전체의 문제"라며 초당적 지지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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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fety 대변인은 법안 개정만으로 아동·청소년 보호 문제가 다 해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방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 부모, 보호자, 아동 및 청소년들과 청소년 위원회를 통해 협력하면서 그들이 위험을 잘 인지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 성범죄,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성착취,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여성긴급전화 1366(☎1366)에서 365일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 관련 상담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청소년상담채널 디포유스(@d4youth)를 통해서도 1:1 익명 상담이 가능합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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