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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한 통의 전화…"60대 엄마는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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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직원 사칭…돈세탁 연루 가능성 제기
"조사 차 가정 방문하겠다"며 믿음 심어줘
실제 5명이 피해자 집까지 찾아와 조사진행
검사 사칭범 전화해 범죄 가능성 재차언급
아들·며느리 신상까지 언급 후 심리적 지배
통장금액 확인후 1억1천만원 수표 교환 요구
2천만원 상당 대출까지 유도한 뒤 일당들 도주
농협 이상거래 행위 의심됐지만 조치는 안해
주범 등 검거했지만 피해금액 회수 어려울 듯
전남 보이스피싱 대면편취·지난해만111건

믿었던 한 통의 전화…"60대 엄마는 울었습니다~" 최근 전남경찰이 검거한 보이시피싱 범죄조직으로 부터 압수한 돈뭉치들.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임. 전남경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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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오전 9시 30분 전남 목포. 이날 낯선 번호로 걸려 온 전화 한 통은 60대 여성 A 씨에겐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었다.

"최근 카드를 만든 적이 있나요. 본인 명의로 된 계좌가 해외 돈세탁 사건에 연루됐습니다"

어림잡아 50~60대 추정되는 매우 점잖은 목소리로 A 씨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워낙 보이스피싱 범죄 관련 정보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A씨는 무시하려 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관련 내용을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러자 전화기 속 상대는 "금감원 직원인데 곧 찾아뵙겠다"는 말과 함께 "일단 본인 계좌가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어서 그러니 보내주는 앱을 핸드폰에 깔고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집에까지 찾아온다는 말에 놀란 A씨는 슬쩍 들던 '의심'은 어느새 '걱정'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보내어진 정체 모를 앱을 클릭했다.

A씨가 앱을 다운받았다고 하자, 이번엔 1332(금감원 민원 번호)로 전화를 걸게 했다.

그러자 A씨는 금감원 '000과장'이라 소개한 인물과 두 번째 통화를 하게 됐고, 또다시 해외 불법 계좌 연루 사건에 대한 내용을 재차 듣게 된다.

불과 20여분 후엔 검찰청 '000 검사'라는 사람에게 세 번째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 속 내용은 더욱 강도가 셌다.

검사라고 밝힌 이 인물은 A씨 본인은 물론 자녀 등 가족의 모든 개인정보를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읊기 시작했다. 특히 아들까지도 이 범죄에 연루됐다며, 겁박했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검사와 통화를 하는 동안 A씨 집 초인 벨이 울렸다. 5명 정도의 사람들이 무더기로 찾아왔다. 바로 전에 통화했던 금감원 소속이라 밝힌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협박조로 말하던 정체불명의 검사와 달리 "돈을 지킬 수 있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A씨를 다독였다.

그러면서 현금과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를 물었다.

당시 A 씨에겐 농협은행 등에 약 1억1,000만원 정도가 들어있었고, 이러한 사실을 전달했다.

이들은 "우선 잘 알겠다"는 말과 함께 추후 연락이 갈 때까지 기다리고, 혹시 모르니 가족들과 연락하지 말라고 여러 차례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틀 후인 2월 19일 다시 이들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들은 A 씨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우선 수표로 교부받으라고 했다. 계좌에 돈이 있으면 안된다는 명분이었다. 수표는 일련번호 추적이 가능해 범죄로 사용되기 어렵다며 피해자를 설득했다.

그렇게 A씨는 곧바로 집 인근 농협으로 가 이들이 시키는 대로 현금 1억1,000만원 중 1억원 수표 1장, 1천만원 수표 1장으로 각각 바꿨다.

농협 측은 A 씨에게 "왜 거액을 수표로 바꾸느냐"고 기본적인 상황만 물은 뒤 그대로 수표를 발급해 줬다.

평소 거의 없는 거래 상황인 만큼, 이상 거래 유무 판단에 따른 지급정지 및 경찰 신고 등 충분한 이유와 명분이 있었지만, 농협 측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수표 교환이 확인되자 이들은 잠시 이 수표를 맡아두겠다며, A 씨를 찾아가 직접 수표들을 편취했다.

이후 이들의 요구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

이번엔 "카드사와의 부정사건 연루 가능성을 부정하기 위해선 정상적인 카드 대출이 되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카드대출을 받을 것을 A 씨에게 요청했다.

이들을 굳게 믿고 있던 A씨는 그렇게 2,000만원을 대출받았고, 이 돈을 이들의 지시대로 다른 통장에 입금해 집 근처 우체통에 넣었다. 이 통장과 연동되는 체크카드도 함께 동봉했다.

이 통장 속 2,000여만원은 2월 23일 불상의 누군가가 인출해 도주한 흔적만 남긴 채 0원이 돼 있었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A씨의 전 재산인 1억3,000여만원이 모두 사라진 게 된 것이다.

상황이 끝난 후에서야 아들과 며느리 등에게 그간 상황을 전달했지만, 보이스피싱을 인지했을 때 이들은 이미 도주하고 없었다.

곧바로 목포경찰서에 신고해, 3월 중순께 인출책인 30대 우즈베키스탄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또 주범 등은 또 다른 지역에서 유사 범죄를 저지르다가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피해액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현재 해당 사건은 목포경찰서에서 전남경찰청으로 이관돼 여죄 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단순히 전화로 피해자들을 속여 범죄를 유도하는 것으로만 인식한다"라며 "지금은 각각의 역할을 나눠 직접 피해자를 만나 사기를 치는 속칭 대면 편취 행위가 일상화됐다. 누군가가 갑자기 금융 범죄 연루 등을 이유로 전화와 만남을 요청하면, 일단 경찰이나 가까운 가족 및 지인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고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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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해 기준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대면 편취 사례는 111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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