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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가입할때 여왕이라고 써요?"…라디오 출연해 질문 받은 아키코 여왕 [일본人사이드]

시계아이콘02분 47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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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코 여왕, '올나이트닛폰' 라디오 방송
유튜브·인스타 신경쓰는 일본 왕실
부정적 여론 없애기 위해 친근 행보 지속

우리나라와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왕실의 여부인데요. 일본은 여전히 왕실이 존재하고, 이를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궁내청도 있죠. 일본 언론에서도 왕실 일정에 관련한 것은 항상 보도하는데요. 얼마 전에는 일본 여왕이 직접 라디오에 출연해 본인의 일상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습니다. 최근 일본 왕실은 라디오 출연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만드는 등 대중 친화적인 행보를 택하고 있는데요, 일본 언론은 일본 왕실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면서 생긴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라디오에 출연한 아키코 여왕의 이야기, 그리고 관련한 일본 왕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에서 '여왕'은 일왕의 증손녀부터 붙게 되는 지위입니다. 손녀까지는 '내친왕'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습니다. 그래서 여왕이라고 해도 영어로는 공주의 위치인 'Princess'로 번역되는데요. 1912년 즉위한 다이쇼 일왕의 증손녀기 때문에 아키코 여왕으로 불립니다.


"회원가입할때 여왕이라고 써요?"…라디오 출연해 질문 받은 아키코 여왕 [일본人사이드] 라디오 방송 '올나이트닛폰'에 출연한 아키코 여왕. 올나이트닛폰 X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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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왕실은 언제나 구설에 오르는데, 아키코 여왕은 그래도 비판은 덜 받는 편입니다. 왕실 학교인 가쿠슈인을 졸업한 뒤 영국 옥스퍼드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동양학을 전공하고 일본 미술사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합니다. 당시 일본 왕실에서 최초로 여성 박사가 나왔다는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물론 왕실이기 때문에 해외로 유학을 보낼 충분한 재력이 받쳐주는 거겠지만, 그래도 '잠자리 연구'로 대학 특례입학의 시비가 붙었던 히사히토 왕자와는 다른 편이죠. 당시 유학 생활을 담은 책이 30만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었는데요. 지금은 전공인 미술사를 살려 일본 문화를 보존하는 협회 '신유샤(心遊舍)'의 총재로, 라디오에서도 언급할 정도로 애정을 갖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아키코 여왕은 지난 21일 오후 6시 일본 닛폰방송의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 '올나이트 닛폰'의 70주년 특집방송을 맡았습니다.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됐는데요. 라이브는 아니고 녹화방송이라고 합니다. 1975년 아버지의 출연에 이어 이번에도 가문 관계자의 권유를 받고 출연하게 됐다고 합니다. 직접 "아키코 여왕의 올 나이트 닛폰"이라고 타이틀 콜도 했는데요. 게스트로는 가족들과 친한 가부키 배우, 만담가가 출연해 자연스러운 토크쇼 분위기를 만들어줬습니다.


"회원가입할때 여왕이라고 써요?"…라디오 출연해 질문 받은 아키코 여왕 [일본人사이드]

아키코 여왕의 라디오는 등장 인사부터 주목받았는데요. 보통 인사를 할 때 쓰는 일본어인 '곤니치와(こんにちは)'나 '곤방와(こんばんは)'대신 '고키겡요(ごきげんよう)'라고 인사한 것입니다.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현대 일본어에서 거의 쓰지 않는 인사말인데, 원래 궁에서 쓰던 인사말입니다. 일반인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일본 왕족이나 일본 왕족들이 다니는 사립학교 가쿠슈인을 다닌 자제들이 쓰는 인사말인데요.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그간 평안하셨나요, 강녕하셨나요' 정도의 극도로 존중한 표현이랄까요. 여하튼 그렇게 인사하면서 "왕실에서는 곤니치와나 곤방와를 쓸 일이 좀처럼 없다. 산책하다 마주치는 분들이 이렇게 가끔 인사를 건네주곤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더 저다운 것이라고 생각해 이번에는 고키겡요로 인사를 드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제가 입원했다거나 쓴 책이 화제가 됐다거나 하는 뉴스들도 많았는데, 이번 라디오를 한다는 것이 발표된 이후로 이런 뜨거운 반응은 처음이었다"며 "부담감을 느끼면서 녹화에 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죠. "제가 사실은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라면서 긴장한 듯 떨리는 목소리기도 했습니다.


나름 소탈한 모습도 보여줬는데요, 토크에서는 "혹시 인터넷 쇼핑몰 등 인터넷 홈페이지 회원 가입할 때 어떻게 쓰느냐"라는 질문도 나왔습니다. 통상 왕실 사람들은 성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아키코 여왕처럼 이름과 직위로 부르기 때문인데요. 이에 대해 "지인이 하는 사이트에는 성에다가 아키코, 이름에 여왕이라고 입력합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고 "다만 이렇게 쓰면 안 되겠다 싶은 사이트에는 성에 미카사(미카사노미야(三笠宮) 일가에 속해 있는 아키코 여왕), 이름에 아키코라고 쓴다"고 말했습니다.


또 항상 '여왕'이라고 붙이는 것에 대해서도 "여왕은 높여서 부르는 말이 아니라 지위일 뿐이다. 왕실의 여러 랭크 가운데 하나랄까"라며 "사실 아키코 여왕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높여 부르기 위해서는 전하를 붙이는 분들이 있는데, 여왕 전하를 쓰면 이것은 또 이중 경칭으로 찌개나베와 같은 느낌이 된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찌개나베'라는 표현은, 우리가 '닭도리탕'이 닭과 일본어로 새를 뜻하는 '도리(とり)'가 두 번 겹치는 것이라 '닭볶음탕'으로 쓰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밖에도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고시엔'의 팬이고 결승전과 폐회식을 보면 거의 울곤 한다, 만화카페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등의 이야기를 밝혔는데요. 이 라디오는 심지어 유튜브에도 올라가 누구나 들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라디오 출연부터 시작해 일본 왕실은 최근 친근한 이미지를 조성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지난 1일부터 궁내청은 왕실 유튜브를 만들어 왕실 내부 모습, 국빈 만찬 등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도 만들어서 팔로워가 190만명이 넘을 정도죠.


"회원가입할때 여왕이라고 써요?"…라디오 출연해 질문 받은 아키코 여왕 [일본人사이드] 일본 궁내청의 유튜브 채널. 궁내청 유튜브.

일본 언론은 이는 나루히토 일왕 조카 마코 공주가 일반인과 결혼해 미국으로 떠난 스캔들이나, 이후 벌어진 특혜 논란, 카코공주의 개인 사진사 고용 등의 일탈 논란 때문에 SNS에 비방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게 되면서라고 합니다. 왕실이 국민 세금으로 생활하는 데다, 계속해서 구설에 오르면서 여론이 안 좋아졌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궁내청에서는 2023년 4월부터 홍보실을 만들어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팔로워들 대부분이 45세 이상으로,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를 이끌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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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소탈한 왕실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본은 현재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키코 여왕도 그런 이미지로 비치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일단 아키코 여왕은 전범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주기적으로 참배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야스쿠니 신사의 뜻을 후대에 계승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 '야스쿠니신사숭경봉찬회'의 심포지엄에 직접 참여해 본인이 영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일본 문화의 우수성을 어떻게 알렸는지 등을 강연한 적도 있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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