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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폐교 계획보고서에 "계획이 없다"…느릿 행정의 결과물[소멸]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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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4년 100개 폐교 보고서 전수조사
폐교된 후에 부랴부랴 활용방안 모색
뚜렷한 방안 없이 미활용 '수두룩'
"중장기 관점에서 폐교 활용 방안 찾아야"

편집자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나이지리아의 유명한 속담이다. 하지만 문장 구조를 거꾸로 배치해도 말이 된다. 마을을 유지하려면 아이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마을들이 그러하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마을들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사람이 다니지 않으면서 낙후되고 컴컴하고 적막 속에 빠졌다. 방치된 폐교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직접 살피고자 한다.

평균 20년, 축구장 625개 면적의 폐교가 방치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교육당국의 느슨한 행정 처리 결과물이다. 시·도·자치도 교육감은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폐교에 대한 활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폐교된 100여개 학교에 대해 교육지방자치단체(교육지자체)는 "계획이 없다"고 계획을 세우거나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학교가 문 닫을 때가 돼서야 준비하는 느린 행정으로 인해 폐교가 방치된다고 지적한다.


[단독]폐교 계획보고서에 "계획이 없다"…느릿 행정의 결과물[소멸]③ 지난 24년 2월에 폐교한 도봉고등학교가 올해 3월부터 도봉초등학교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앞 한 상점이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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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아시아경제가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실을 통해 전국 17개 교육지자체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육지자체는 2021~2024년 총 100개 폐교에 대한 '폐교재산 활용계획' 보고서를 생산했다. 이 기간 전국에서는 103개의 폐교가 발생했다.


교육지자체는 보고서에 향후 폐교의 활용 방안과 세부 추진 계획, 예상 소요 예산, 기대 효과 등을 명시해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은 2023년 폐교한 대야초 광산분교장에 대해 같은해 폐교재산 활용계획 보고서를 만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교육청은 대야초 광산분교장 부지에 특수학교인 '군산지음학교'를 짓기로 결정하고 예산 약 390억원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광주, 대전, 울산, 세종, 제주는 해당 기간 동안 폐교가 발생하지 않아 관련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문제는 폐교가 생겼는데 제대로 된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경우다. 100개 폐교 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계획이 없다"고 계획을 세우는 등 폐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교육지자체가 수두룩했다. 충남도교육청의 경우 2022년 황화초등학교, 대명초등학교가 폐교된 이후 활용계획 보고서에 "구체적 활용 계획은 없다"며 "향후 자체 활용방안 또는 지자체와 협의해 대부 또는 매각해 활용할 가능성이 커 보존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보고서에 각각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현황을 밝혔지만, 여전히 매각되지 않아 미활용 상태다.


보고서가 아예 없는 폐교도 있었다. 전북도교육청은 폐교가 된 비안도초등학교와 신시도초 야미도분교장, 강원도교육청은 하장고등학교에 대한 활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다. 교육지자체 재산 조회사이트 지방교육재정알리미에 따르면 비안도초 폐교 부지는 미활용 상태, 신시도초 야미도분교장과 하장고는 자체 활용 중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비안도초 폐교 부지의 경우 특별히 활용할 게 없다"며 "다만 비안도초 주변이 바닷가라 경관은 좋다. 미래를 위해 방치가 아닌 보존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교육청 측은 하장고 폐교 부지가 곧바로 하장중학교로 활용돼 관련 보고서를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활용 폐교인데 계획 無…폐교 2년 지나서 계획 세우기도
[단독]폐교 계획보고서에 "계획이 없다"…느릿 행정의 결과물[소멸]③

일부는 폐교된 후에야 허겁지겁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2023년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폐교재산 활용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11월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염강초등학교 폐교 부지 활용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2020년 2월 폐교를 마무리하고 9개월이 지나서 기본계획을 세운 셈이다. 이후 2021년 염강허브유치원을 설립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2022년 1월 염강허브유치원 설립 기본계획안을 수립했다.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2월 폐교된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부천덕산초 대장분교장 부지에 대한 폐교 활용 계획안을 2023년 4월에서야 작성했다. 애초에 이견을 조율하는 시기부터 늦었다. 경기도교육청은 2022년 10월에 폐교재산 활용방안 관련 부서 의견을 조회했고 2023년 2월에 부천시 체육진흥과가 폐교 부지를 사용하겠다고 손들고 나섰다. 현재 해당 부지는 양궁학교 및 경기도형 운동부 선수 훈련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단독]폐교 계획보고서에 "계획이 없다"…느릿 행정의 결과물[소멸]③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2021~2024년 문 닫은 폐교 103곳 가운데 49곳이 미활용 상태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폐교가 되고 난 후 유치원을 짓기로 한 염강초 폐교 부지는 2022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정처리를 요구받았다. 유아 수 감소로 인한 충원율 저조 우려가 이유였다. 결국 2023년 1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유아교육진흥원 본원을 이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선회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여전히 유아교육진흥원 본원 이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부산 서곡초 폐교 부지 역시 계획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활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부산시교육청은 서곡초 부지에 학교 부적응 중학생 60명을 위한 대안학교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대안학교를 만들기로 한 계획은 무기한 보류 상태다. 부지 선정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대안학교에 기숙사나 체험학습장이 있어야 하는데 (서곡초 폐교 부지로는) 좀 부족하다"며 "다른 부지를 물색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수시로 뒤집히는 폐교 계획…빠른 논의가 답

폐교 부지에 대한 계획을 하루빨리 논의할수록 새로운 역할을 찾을 가능성은 커진다. 경기 안성시 보개면에 위치한 보개초등학교와 보개초 가율분교장, 서삼초등학교는 2021년 통폐합을 실시하고 현재 자체활용 중이다. 보개초 가율분교장은 2018년 7월, 보개초와 서삼초는 2019년 11월부터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했다. 보개초와 서삼초의 경우 지역협의체를 구성하고 2020년 12월에는 학부모 등과 함께 공동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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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전부터 미리 계획을 준비하는 중장기 가이드라인 필요하다는 데 교육지자체도 공감하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3월 미활용 폐교를 줄이기 위해 폐교 전부터 활용 계획 수립 방안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 추이를 통해 폐교를 예상할 수 있지만 충분히 대비하지 않고 있다"며 "폐교 부지에 대해 교육적 관점을 가지고 단기는 물론 중장기적인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단독]폐교 계획보고서에 "계획이 없다"…느릿 행정의 결과물[소멸]③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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