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호도는 교통사고 피해자 진료권 침해"
# 어느 날 가벼운 교통사고를 당한 A씨. 목과 허리에 통증이 느껴져 서울의 한 한방병원에서 X-ray 촬영 후 편타된 근육 위주로 치료를 받았다. 일주일이 지나 목 통증은 호전됐지만, 여전히 허리에 통증이 지속됐고 왼쪽 다리의 저린 증상까지 나타났다. 이에 치료 8일 차에 해당 병원에서 MRI 검사 후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이후 디스크 탈출 부위에 집중한 약침치료 등으로 요통 및 하지의 신경학적 증상이 크게 수그러들었다.
보험업계가 지속적으로 MRI 등을 활용한 한의 치료를 과잉진료로 치부하는 것이 관련 이해도가 부족하고, 한방 경증환자를 방치하라는 처사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한방의료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국민 대상 한방의료이용 만족도는 79.5%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방의료를 선택한 이유는 '치료 효과가 좋아서(42.5%)'가 가장 높았고, 외래환자 2명 중 1명은 '동일한 증상으로 한·양방 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교통사고 환자에 있어 한의치료 만족도는 두드러졌다. 2021년 8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교통사고 후 한의치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91.5%가 한의의료서비스에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43.4%는 의과치료 대비 한의과 치료 효과가 더 높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의료계의 일반 물리치료보다 한의치료가 더 큰 효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허리 통증의 경우 약침치료가 물리치료보다 6배 빠르게 호전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또한 교통사고 후유증 환자를 한약 치료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효과를 분석한 결과, 한약 치료군의 교통사고 후유증과 사고 후 스트레스 수준이 대조군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난 연구논문이 SCI(E)급 저널 '헬스케어'에 게재되기도 했다.
한방병원들이 MRI 촬영을 강권한다는 낭설과는 다르게 실제 현장에선 일정기간 염좌치료 시행 후 호전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만 MRI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한의계의 주장이다. 한의계에 따르면 한의계는 교통사고 충격으로 신체부위에 자극이 가해져 생기는 제반 증상을 보통 '염좌'로 보고, 골절 등이 없는지 X-ray만 촬영 후 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보통 염좌는 수일 내 호전이 되기 마련인데, 일주일 혹은 열흘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 환자는 단순 염좌만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이에 일정기간 염좌가 호전되지 않는 환자는 MRI 촬영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평소 갖고 있던 디스크 탈출이나 퇴행성 디스크 등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는 근육·인대·신경 등의 기능저하, 손상, 과긴장 상태서 교통사고가 발생, 관련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한의계는 보험사들이 잘못된 수치를 가지고 한의치료를 보험료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일례로 한방병원과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단순 MRI 건수 비교가 있다. 최근 한 보험사의 지난해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 MRI 청구 건수 중 상위 10개 한방병원 검사 건수(총 9117건)가 47개 상급종합병원(양방) 경상환자 MRI 검사 건수(330건)의 27.6배에 달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환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찾을 일이 거의 없고, 단순 자동차사고 환자 수도 상급종합병원이 2023년 기준 4만7007명으로 한방병원(75만6965명) 대비 1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2023년 교통사고 환자에게 MRI나 CT 등 특수의료장비를 적용한 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8.16% ▲종합병원 13.89% ▲병원 17.46% ▲의원 10.55% ▲한방병원 2.64% 순이다.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는 "MRI를 가진 한방병원은 대부분 보건복지부 지정 한방 척추전문병원이다. 전문병원은 특정 질환에 대해 난도 높은 치료를 시행하는 곳으로 전문성과 의료 질을 엄격히 평가받아 지정되고 있다"며 "척추질환의 가장 정확한 진단법은 MRI임이 정평 나 있고, 대부분 척추 관절 질환인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 일정기간 치료 후 MRI를 통한 진단 및 치료는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뜨는 뉴스
아울러 "자동차보험에서는 한의 진료와 의과 진료 간의 보장 환경이 동일해 한의 진료에 만족한 다수의 환자가 한의 의료기관을 선택, 관련 진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마치 한방병원들이 과잉진료를 이어가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자동차 사고 피해자의 진료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어떤 이유로든 환자들의 진료권을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