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가로등 없어 예견 어려운 상황”
재판부, 과실 인정 어려워
야간에 중앙선을 따라 걷던 80대 노인이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사고를 예견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형사6단독 김현지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3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오후 7시 5분께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따라 걷던 B(83)씨를 차량으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 B씨는 치매를 앓고 있었다.
사건의 쟁점은 A씨가 당시 전방주시 의무 등 운전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소홀히 해 사고를 초래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 측은 "야간에 중앙선을 따라 마주 오는 보행자를 예견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도로 여건, 차량 속도, 시야 확보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결과,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판사는 "사고 당시 피해자는 어두운색 옷을 입고 있었고, 차량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중앙분리대를 따라 걷고 있었다"며 "일반 운전자가 중앙선을 따라 마주 오는 보행자의 존재를 예상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사고 당시 도로는 가로등이 없는 상태였고, 일몰 시각(오후 5시 22분)보다 한참 지난 오후 7시였으며, 차량 전조등으로 확보 가능한 시야는 약 40m 수준이다"며 "피고인의 주행 속도는 제한속도(시속 80㎞)를 3.2㎞ 초과한 시속 83.2㎞로, 제한속도를 지켰다 해도 사고를 피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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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이 보행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충돌을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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