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최연소 사시 합격자 박지원 씨
8년 변호사 생활 접고 통번역대학원행
"조리원 나오자마자 고시 때처럼 공부"
20살에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여성이 8년여 간의 변호사 생활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택한 소식이 전해졌다. 서울대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샤'에는 지난 15일 '20세 사법고시 합격자가 김앤장을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주관한 이래 최연소 합격자로 주목받았던 박지원(33) 씨가 최근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사연이 담겼다.
박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중이었던 지난 2012년 제54회 사법시험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에 대해 박 씨는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친구들은 91년생인데, 저는 92년 3월생인데도 한 해 일찍 학교에 들어갔다"며 "대학교 3학년 때 시험에 붙었는데, 다른 합격자들보다 한 살 더 어려서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가 부모님의 영향으로 사법고시에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그는 "고등학생 때 진로 고민을 해볼 기회가 별로 없지 않나. 부모님이 일단 경영대에 가서 바로 사법시험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며 "2학년 때부터 준비해서 3학년 때 합격했다"고 했다.
그는 "고시 공부에 대한 목적은 부모님에 의한 거긴 했지만, 일단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어떻게든 빨리 붙어서 이 괴로운 고시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컸다"며 "하루라도 빨리 붙어서 다시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운 좋게 빨리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변호사 생활에 대해 "경제적으로 수입도 많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큰 고민 없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며 주 7일 근무하는 고된 생활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 그는 김앤장에서 8년간 일하며 결혼하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
다만 일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됐다고 한다. 박 씨는 "부모님이 시켜서 공부했다가 운 좋게 사시에 붙었고, 연수원에서 적당히 공부하고 어리니까 김앤장에 가게 됐다"며 "'앞으로 30~4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박 씨 인생에 전환점이 생겼다. 바로 통역사와의 협업 경험이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원래 언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며 "그걸로 어떤 직업을 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고민해 볼 계기조차 없었는데 통역하는 걸 보면서 '나도 즐기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22년 둘째 아이 출산 후 조리원에서 2주를 지내고 집에 오자마자 통번역대학원 입학을 위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박 씨는 "평생 원치 않는 직업을 해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열망이 불타올랐다"며 "고시 때처럼 공부했더니 대학원에 붙었다"고 했다.
그는 1년간 고민 끝에 김앤장에 퇴사하며 "막상 붙고 나니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둬도 될까, 고민이 많이 됐다"며 "먼 미래에 지금을 돌아봤을 때 '인생에서 대학원 2년 별것 아닌데, 그것도 왜 못 해 봤을까' 후회할 것 같았다. 과감하게 눈 딱 감고 질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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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학생이 된 박 씨는 "지금은 정말 후회하지 않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할 때 성공하기 좋은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게 더 큰 문제다. 기회를 많이 열고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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