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안소송 첫 변론 공방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의대생들이 제기한 행정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의대생 측은 "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증원을 결정했음이 드러났다"며 "증원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측은 "의대생들의 권리 침해는 없었다"며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맞섰다.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전국 40개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입학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첫 변론을 열었다.
의대생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의 증원 결정에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다며 증원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2020년 9월 4일 의정 합의를 위반했고, 어떤 협의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위반이 있다"며 "실체적으로도 2000명씩 5년간 증원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증원을 결정했다는 게 밝혀졌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조치로 억울하게 죽어 나가는 초과 사망자가 1년에 수천 명 이상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야기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부 측은 복지부 장관의 증원 발표는 행정처분이 아니고, 의대생들에게 소송 당사자로서 원고 적격이 없어 소송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대리인은 "원고들은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하지만,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될 정도로 증원 규모가 현격히 커서서 본질적인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또 원고 중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대학의 학생들도 있어 이들이 다른 대학의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것인지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원고 측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이뤄져 소송의 이익이 없다고 보고, 이후 증원분에 대해서만 취소를 구하는 쪽으로 청구 취지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부가 이날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정확한 의미를 묻기도 했다. 정부 대리인은 "정원을 감축하거나 변경하는 건 아니고 2026학년도에 한해 모집인원을 정하는 별개의 조치로 알고 있다"며 "정원과 모집인원은 구별된다"고 말했다.
이에 의대생들 측은 "정원과 모집인원이 분리되느냐"고 되물었고, 재판부는 이에 대한 청구취지도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의대생 1만3000여명은 각 4000여명씩 3건으로 나눠 소송을 진행 중인데, 이날은 소송 2건의 변론이 잇달아 진행됐다. 지난해 2월 복지부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 입학정원을 5천58명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고, 교육부는 각 대학으로부터 의대 입학정원 증원 신청을 받아 2025학년도 전체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증원해 대학별로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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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협의회와 전공의·의대생·수험생들은 의대 정원 증원 결정을 무효로 해달라며 취소 소송과 함께 결정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이를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본안 소송에서 법원은 지난달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낸 증원 처분 취소소송은 "행정소송 대상이 되지 못하거나 소송을 낼 수 있는 당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각하된 바 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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