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이창용 "기준금리 동결, 신성환 위원만 소수의견"
금통위원 전원 "3개월 내 추가 인하 가능성 열어둬야"
"12조 추경 시 성장률 0.1%P 오를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비유하자면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에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1분기 성장 부진을 감안하면 5월에는 2월 성장률 전망치인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정책 여건의 가장 큰 변화는 통상여건이 크게 악화된 가운데, 향후 전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례없이 커졌다는 점"이라며 "현재로서는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향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주된 이유다. 이 총재는 이에 더해 "환율의 높은 변동성과 가계대출 흐름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점검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는 신성환 금통위원만 소수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신호)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5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출 가능성을 시사하며 "당시 비관적 시나리오로 내놓은 성장률 1.4%도 너무 낙관적이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2월에 밝힌 최대 2회 금리인하 보다) 더 낮출 가능성이 있는지는 5월 전망 때 점검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6명 모두 현 수준인 2.75%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4월 금통위에 있었던 소수의견을 알려달라.
▲이번 금통위에서 신성환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 신 위원은 물가와 성장만 보면 큰 폭의 금리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가계부채와 환율을 우려할 만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결정했다. 나머지 5명의 다수 의견은 성장과 물가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이미 통화 정책이 인하 기조에 있고 여러 정책 불확실성과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당분간은 금리를 동결하고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 비유하자면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 어두운 상황에서는 스피드를 조정하면서 좀 더 밝아질 때를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신성환 위원이 언급한 '큰 폭의 인하'는 환율이나 금융상황이 좀 진정되면 현재 성장률 추이를 고려했을 때 빅컷(0.5%포인트 금리 인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시각인 건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현재 1분기 경기하방 속도와 관세영향을 보면 5월 경제성장 전망이 생각보다 많이 나빠질 수 있지 않겠나. 부동산이나 환율 우려가 사라지면 이왕 갈 거면 좀 빠른 속도로 갈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큰 폭이라고 말했다.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 이내 금리 전망 포워드 가이던스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현재의 2.75% 수준보다 낮은 수준에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했다. 현재 경제전망 상황을 볼 때 5월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정 전망치와 그 밖의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상황을 보면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5월 경제전망에서 2월(1.5%)보다 경제성장률 전망을 얼마나 하회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를 고려해도 대중국 관세율, 품목별 관세율, 10% 기본관세를 봐서는 2월 전망 시나리오나 너무 낙관적이지 않았나 싶다. 5월 전망치에는 그 영향을 더 크게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아직은 하향 조정폭이 정해지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관세정책 변화가 심하고 협상도 남아있다.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도 상당폭 낮출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것 같다. 특히 우리는 글로벌 교역 축소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도 1분기에 상당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오래갔고, 산불도 있었다. 이 기저효과에 관세 효과까지 더해져서 올해 성장률은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지난 2월에 올해 총 2~3회로 언급했는데, 성장률 추이를 고려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나
▲올해 최종 금리 수준과 어떤 속도로 갈지는 경제 여건에 달려있다. 5월 성장률 전망치가 확정될 때 기존 견해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늘리려고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늦추면 우리도 제한되는 것 아닌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속도는 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다만 미국과 기계적으로 금리차를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없다. 2023년 넘어서는 디커플링(상관관계 약화)이 있어 왔다. 물론 한미 금리차에 따른 환율 영향도 같이 고려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한국 금리를 낮추는데도 좀 영향을 받기는 할 거다. 하지만 금리 결정 당시 우리나라의 경기 상황을 보지, 기계적으로는 하지는 않는다.
-한은에서는 15조~20조원 추경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현재 12조원이 논의되고 있다. 추가 재정정책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1분기에 중앙은행 총재로서 추경 여부와 규모를 언급한 것은 비상계엄 이후 경기가 안 좋아진 상황에서 경기부양책까지 발표가 안 되면 해외기관의 성장률 전망치가 너무 나쁘게 나오는 것을 미연에 막았으면 해 예외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지금은 그런 상황이 지났기 때문에 총재가 규모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추경은 구조적으로 재정적자로 연결되지 않도록 일시적인 지출로 한정해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일반적인 말씀만 드린다.
▲통상적으로 정부가 재정정책을 발표하면 중앙은행은 그에 따라 성장률을 추산하고, 통화정책 대응을 고민한다. 5월에 추경을 얼마나 더 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아달라.
▲다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경기가 나빠질 때 통화정책만 가지고 하기는 어렵다. 재정정책만 가지고 하기도 어렵다. 양쪽이 어느 정도 공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성장률 전망이 낮아지면 부양책을 통해서 경제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에 대해서는 합리적 기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성장률 전망을 낮출 때, 떨어진 폭 전체를 경기부양을 통해서 올려야겠다고 생각하면 1년 정도는 괜찮을지 몰라도 그다음 엄청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경기 부양이 필요하더라도 소폭 올리는 게 경기부양이지, 전부 다 올리려고 하는 건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12조원 추경 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추산하고 있나
▲한은에서는 12조원 추경을 하게 되면 0.1%포인트 정도 경제회복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10조원 추경 시 경제성장률 0.5%포인트 상승을 예상한 보고서(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팀)도 한은 견해하고는 무관하다. 오히려 숫자가 너무 높지 않나 보고 있다.
-추경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어 같은 돈을 써서 성장률 제고 효과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지난번 15조~20조원 추경 시 0.2%포인트 성장률 제고를 추산했을 때도, 2분기 넘어서 시행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저희와 예상한 시기와 차이는 없다. 다만 지난번 제시한 양보다는 반 정도 줄었기 때문에 성장률 제고 효과를 0.1%포인트라고 말씀드렸다.
-환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1400원대다. 불확실성 때문에 변동성도 크다. 축소되기 위해선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나
▲변동성이 줄어들려면 가장 중요하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여기에는 미·중 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수용 및 보복 여부도 포함된다. 두 번째는 관세정책이 미국 인플레이션이나 성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그래서 통화정책이 어떻게 갈지에 따라서 달러인덱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세 번째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아직 영향이 남아 있다. 그게 얼마나 빨리 해소될 거냐에 따라 변동폭도 축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오긴 했는데 위안화 및 엔화는 절상이 빠르게 되는 반면, 원화는 더딘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환율이 달러인덱스가 절상될 때는 같이 많이 또는 더 많이 절하되다가 최근 들어서는 왜 그렇게 속도가 좀 더디냐는 저희도 지금 많이 보고 있다. 첫 번째로는 절하가 많이 될 때는 국내의 정치 불안도 영향을 미쳐서 1400원 초반에 있던 환율이 계엄 발표 이후에 1460~1470원까지 올라간 상태였고, 정치적인 불안이 있어서 많이 못 내려왔다. 이제 절상되는 국면에서는 한국은 지금 중국과의 교역 관계가 더 많이 연결돼 있고, 수출도 다른 나라보다 더 연결돼 있는 의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 행정부 관세정책에 대해 영향을 같이 많이 받는 나라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정치적인 안정성이 아주 완벽히 원래 상태로 돌아온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덜 내려오는 것 같다. 현 수준을 경제모델로 돌아보면 펀더멘탈보다는 조금 더 절하된 그런 상황이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정치적 상황이 좀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이 3개월 인하를 열어뒀다는 것은 5월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 대선 직전인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 컨센서스가 있는 상황이라면 지금 시그널을 명확히 주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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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결정하려고 하고 있다. 선출된 권력인 정부보다는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울 수 있고, 또 그 임무를 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가급적이면 정치적으로 안 보이게끔 뉴트럴하게 하도록 노력을 할 거다. 선거 일주일 전에 금통위를 여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건 저희들이 어떻게 다 컨트롤할 수는 없다. 미리 얘기하면 더 편하지 않느냐 하는데 미리 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 남은 한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금통위원과 한은은 정치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 데이터만 보고 판단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으로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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