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계아연전지의 내구성을 높일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에너지저장연구단 양정훈·이찬우 박사 연구팀이 구리 산화물 기반의 신규 전극 소재를 개발, 수계아연전지에 적용해 내구성을 3배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수계아연전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이차전지다. 휘발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보다 화재 위험이 적고, 친환경적이라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제조 및 소재 비용이 저렴해 차세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으로 주목받는다.
반면 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아연금속이 길쭉하게 전착되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발생하는 탓에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단점이다. 덴드라이트는 전지의 충전 과정에서 음극에 금속 이온이 무질서하게 증착되면서 나뭇가지 모양으로 길쭉하게 쌓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으로 불규칙한 성장이 진행되면 단락을 유발해 전지의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음극의 전자를 효과적으로 흡수·방출하는 '전자 스펀지' 기술로 수계아연전지의 덴드라이트 형성을 억제했다. 이를 적용한 수계아연전지는 기존 전지보다 3배 높은 내구성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연구팀은 아연과 합금 특성을 갖는 후보 물질을 입자 크기별로 테스트했다. 이 결과 나노 입자 크기의 구리 산화물이 가장 우수한 아연 친화성을 보이는 것을 밝혀내 구리 산화물 나노 입자를 개발, 수계아연전지에 적용했다.
아연전지의 음극에서 전자는 아연 이온과 만나 아연금속이 되고, 전기를 저장한다. 이때 구리 산화물 나노 입자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전자를 빨아들여 아연이 평평하게 들러붙을 수 있게 한다. 아연이 평평하게 형성되면서 무질서한 아연 형성으로 발생하는 덴드라이트를 억제하는 원리다.
또 방전됐을 때는 스펀지에서 다시 물을 짜내듯 전자를 빠르게 방출하고, 아연 금속의 용해를 촉진해 음극 표면에 남아있는 아연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충·방전 과정이 반복될 때 남은 아연이 덴드라이트로 성장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전자 스펀지'라고 명명하고, 계산과학을 통해 전자 스펀지 기술이 전지 충전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손실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를 수계아연전지 중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에 적용했을 때는 2500여 회의 충·방전 과정에서도 덴드라이트가 형성되지 않았다. 기존 전지가 800회 정도에서 덴드라이트 형성으로 고장이 나는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의 내구성을 갖게 되는 셈이다.
특히 충전 용량 대비 방전 용량의 비율이 98.7%로 측정돼 높은 효율 특성을 보였고, 기존에 보고된 아연-폴리요오드 흐름전지 대비 30% 이상 향상된 180Wh/L의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상용화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양정훈·이찬우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차세대 아연 전지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구팀은 개발한 신규 구리 산화물 전극소재를 3.5kW급 아연-폴리요오드 흐름 전지 실증 기술과 접목해 상용화 규모에서의 성능 검증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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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본사업과 삼성 미래기술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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