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공식 선언 하루 전 '불출마' 선언
"누구도 윤 정부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시장직 놓고 나서야 할 때인가 밤잠 못 이루며 고민"
"비전 함께 한다면 마음을 다해 정권 재창출 매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최근 당 경선룰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특혜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 공식 선언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단으로, 오 시장은 당이 과오를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 대한 아쉬움까지 꺼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후 고민을 이어갔고 결국 불출마를 선택했다는 배경도 전했다. 그는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에 얹은 마음으로 몇 날 며칠간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했다"며 "과연 지금이 시장직을 중도에 내려놓을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로 나서야 할 때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출마 시점을 늦춘 것도 너도나도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모습이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에 대한 아쉬움도 꺼냈다. 오 시장은 "우리 당 누구도 윤석열 정부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책임, 당정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민을 불안하게 한 책임, 국민의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민심을 오독한 책임은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할 부채"라고 말했다. 이날 선언에 앞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정이 중단되고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 통렬히 반성하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오 시장 측은 이날 오 시장의 입장에 '국민의힘이 정당 후보 내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인사는 "(오 시장이) 최근 후보들이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졌고 여기에 시장님의 결단이 당의 변화 등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추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오 시장 역시 다른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향해 "'다시 성장'과 더불어 '약자와의 동행'을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내걸어주시기 바란다"며 "살가죽을 벗기는 수준의 고통스러운 변화를 수반하지 않으면 보수 재건은 요원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승전 '反이재명'을 넘어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정당으로 탈바꿈해 대선을 치러야 기회의 문이 열릴 것"이라며 "저의 비전과 함께 해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하여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당 안팎에서 불거져 나오는 '한덕수 차출론'에 대해선 "본인의 의사와 결정을 말씀드리고 국민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고 답했다. 당이 한 대행의 출마를 추대하는 형식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날에도 오 시장은 한 대행이 본 경선에 바로 참여하는 '경선 특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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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향후 정치개혁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직에도 책임을 다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늘 그래왔듯이 수도 서울을 반석과 같이 지키며 번영을 이룸과 동시에 시민의 일상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내몰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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