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TSMC의 전 CEO인 모리스 창과 함께 설립한 디지타임즈(DIGITIMES)의 대표이자 40년 경력의 글로벌 ICT 산업 분석가인 콜리 황은 TSMC가 세계 반도체 산업의 규칙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가 지정학의 핵심 무기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가 반도체 기술 자체에 집중할 때, TSMC는 산업의 규칙을 만들며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반도체 생태계에서 애플, 엔비디아,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은 TSMC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미국은 중국을 제재하며 자국 중심의 공급망 조성을 시도할테지만, 그럼에도 중국은 자체 기술 마련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 안에서 대만은 첨단 기술 생태계 주도권을 쥐고 존재 가치를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한국은 더이상 삼성만으로 반도체 미래를 설계하기 어렵다며, TSMC 따라잡기'가 아닌 'TSMC와 함께 서기 위한' 전략적 협력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TSMC는 우월한 기술력, 과감한 자본 투자,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다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균형 잡힌 수급 시스템이 붕괴되어 글로벌 산업 혼란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엔비디아,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구글, 메타와 같은 미국의 기술 기업이 될 것입니다. 옥석구분은 상인의 셈법일 수 없으며 쥐어짜야 나오는 이익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가치는 '누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느냐'에 있습니다. <17쪽>
2024년까지 TSMC는 13개의 12인치 웨이퍼 팹, 9개의 6인치 및 8인치 팹을 보유하게 됩니다. 이에 더하여 OSAT 기능을 갖출 공장 5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전 세계에 최소 10개의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 공장들은 다양한 공정 요구 사항을 가진 528개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모든 이들을 위한 파운드리가 되겠습니다"가 TSMC의 모토입니다. 7만 6,000명의 TSMC 직원들은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킴으로써 업계에 무해한 파트너임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53~54쪽>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이 대만을 공식 방문했을 당시, 저는 한국 산업 전문가로서 타이베이의 만다린 호텔에서 그와 의미 있는 조찬 회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1985년 한국 전담 산업 연구원으로서 대만에 부임한 이후 40년에 걸쳐 저는 한국 전자 산업의 발전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해 왔습니다. 이 기간 동안 오명, 배순훈, 진대제 등 세 명의 한국 과학기술부 장관들과 여러 차례 만났으며, 삼성의 고위 임원진인 이준우, 진대제, 영손, 그리고 경계현 사장이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비공식적인 교류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126쪽>
여러 세대에 걸친 조상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동서양의 문화와 무역 교류의 중심지로 발전해왔습니다. 대만의 자손으로서 저는 대만을 번영하고 부유한 '하늘이 보우하는 섬'으로 만든 선천적 장점과 후천적 노력의 결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 세계 첨단 칩, 서버, 노트북의 80% 이상이 대만 제조업체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원 공급 장치, 커넥터, 인쇄 회로 기판, 전자 회로 등 IT 산업의 모든 분야에서 대만 기업인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212쪽>
중국은 주변 각국에 중국이 독자적으로 정한 게임의 규칙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라고 강력하게 요구하지만, 정작 국제적 틀을 끊임없이 깨뜨리고 있는 중국 자신은 보편적인 국제 규범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대변인이 "중국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하지만 모든 것은 반드시 객관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라고 신중하게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중국의 이중적 태도 때문입니다. <269쪽>
중국은 산유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디지털 화폐와 전자 거래를 통해 자국 통화의 양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는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안화가 디지털화되면 중국은 위안화의 흐름을 추적하여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해외로 돈을 밀반출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새로 취임한 트럼프 행정부는 필연적으로 미국 달러를 무기로 사용할 것이며, 미국 달러를 포기하는 국가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압력에 직면해야 할 것입니다. <313쪽>
TSMC와 트럼프 이펙트 : 대격변 예고 | 콜리 황 지음 | 이철 옮김 | 경이로움 | 360쪽 | 3만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