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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아픔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21일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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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사격장 존치건물 활용…주민 아픔 담아내
정명근 시장 "평화의 소중함 되새기는 공간 될 것"

'매화 향기가 가득하다'는 뜻을 지닌 조용했던 바닷가 마을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하지만 1952년 이곳에 미군 사격장이 들어선 후 50여년간 이곳은 거대한 폭탄 음이 일상이 된 불행의 땅으로 변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포탄 소리가 들릴 때마다 노심초사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매향리 주민들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언이다.


미군 '쿠니사격장(Koon-Ni Range)' 부지에 매향리 주민들의 54년 상처를 보듬어 주기 위한 기념관이 21일 문을 연다.

폭격 아픔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21일 개관 21일 개관하는 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전경. 폭격의 고통을 넘어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냈다. 화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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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는 매향리에 조성한 '매향리평화기념관'을 21일 정식 개관한다고 10일 밝혔다. 기념관은 미 공군사령부의 사격 훈련장이었던 쿠니사격장의 일부 시설을 보존하고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의 손길을 더해 완성됐다.


건축면적 2136㎡의 매향리 평화기념관은 2019년 착공해 2021년 준공됐으며, 지난해 12월 임시 개관한 데 이어 이번에 정식 개관하게 된다.

폭격의 아픔 넘은 평화·희망의 메시지 담아내

기념관은 '평화의 길, 희망의 바다'를 모티브로 제시한다. 이를 반영해 전시 구성 역시 쿠니사격장 존치 건물은 역사를 기억하는 '평화의 길', 기념관은 치유와 존중을 통한 평화를 약속하는 '희망의 바다'를 주제로 구성했다. 기념관 외부는 회랑과 추모의 위령비, 물이 흐르는 수(水) 공간 등을 마련해 주민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했다.

폭격 아픔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21일 개관 매향리평화기념관의 외관. 추모(Memorial)를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화성시 제공

기념관 내부는 따스한 빛이 공간 곳곳에 스며들도록 설계됐다. 오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1층은 어린이체험실이다. 빛과 희망, 자유, 평화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와 다양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2층은 상설전시실이다. 쿠니사격장의 설치부터 폐쇄까지의 과정, 주민들의 투쟁, 미군 훈련의 실상 등 다양한 기록을 담고 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소재로 한 전시가 이뤄진다.


시는 미군이 사용했던 위병소, 카페, 체력단련실, 사격통제소, 숙소 및 식당, 장교막사 등의 공간을 그대로 남겨 방문객들이 당시의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기념관의 박물관 아이덴티티(MI)는 지난해 3월 독일 'iF 디자인어워드'에서 본상을 받기도 했다.


화성시는 특히 기념관을 포함해 매향리 일대 57만㎡를 평화생태공원으로 꾸며 자연과 치유의 공간으로 바꿨다. 공원 내 24만㎡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리틀야구장인 '화성드림파크'도 지었다.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입장료와 주차비는 무료다. 20인 이상의 단체관람은 사전예약을 해야 한다.


6년의 법정 싸움, 반세기 폭격의 고통 끝내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이던 매향리가 폭격의 고통을 겪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주한미군은 매향리 일대에 21만평 규모의 사격장을 설치했고, 이후 공군기의 사격과 연습용 폭탄 투하가 이어졌다.


1968년 한미상호방위조약과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체결로 미군은 농토 29만평에 육상 사격장을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사격장의 모습을 갖췄다. 이후로도 미군은 추가징발을 통해 해상사격장 690만평, 육상사격장 29만평 등 총 719만평으로 사격장 규모를 확대했다. 사격장에서는 연간 약 250일, 하루 600~700회에 이르는 집중적인 사격훈련이 이어졌다.

폭격 아픔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21일 개관 매향리 주민들이 미군 사격장 폐쇄를 요구하며 주택 담에 그린 벽화. 화성시 제공

매향리 주민들은 군용기의 굉음, 포탄 낙하, 화재 등으로 54년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포탄이 농가나 모래사장에 떨어져 주민이 목숨을 잃는 사고도 발생했다. 난청, 주택 파손, 가축 유산 등의 피해도 이어졌다.


2017년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이 발간한 '매향리의 역사·문화, 현대사 백서'에 따르면 사격훈련장 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8명, 부상자는 11명에 달했다. 정신적 피해도 컸다. 2007년 원진환경건강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매향리 주민들의 자살률은 다른 지역보다 2~7배 높았으며, 고도불안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보이는 비율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은 매향리에도 투쟁의 도화선이 됐다. '매향리 미 공군 국제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주민 612명의 진정서가 청와대에 제출됐다. 1998년에는 주민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본격적인 법정 싸움이 시작됐다.

폭격 아픔 넘어 치유의 공간으로…화성 '매향리평화기념관' 21일 개관 매향리 미군 사격장에서 주민들이 직접 수거한 포탄 폐기물. 화성시 제공

법정 싸움 와중에도 사고는 이어졌다. 2000년 5월, 미군의 A-10 지상공격기가 매향리 앞바다와 쿠니사격장에 폭탄 6발을 한꺼번에 투하하는 오폭 사고가 발생한 것. 이 사고는 매향리 주민들의 아픔이 본격적인 공론의 장에 오르게 된 계기가 됐다.


재판은 2001년 국가의 책임과 배상 판결로 이어졌다. 이 판결은 2004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판결을 받는다. 결국 이듬해 8월 주한미군은 쿠니사격장을 폐쇄하면서 오랜 비극은 막을 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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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근 화성시장은 "기념관은 주민들의 아픔과 용기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평화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되새기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이 기념관을 찾아 매향리를 지켜온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두환 기자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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