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판 증권사 상대로 소송 내 1심 패소
"증권사, 충분한 정보 제공"
상조서비스 고객들 돈으로 고위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를 했다가 원금을 날린 상조 회사가 증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는 최근 국내 대형 상조업체 A사 측이 증권사를 상대로 낸 3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19년 4월 A사는 투자 자회사를 통해 경기 고양시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PF 펀드에 3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투자상품(금리 2.5%)의 만기가 도래하자 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공격적인 투자상품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펀드 가입을 권유한 증권사 센터장은 '연 7% 수익률', '1년 만기' 등 조건이 명시된 법인용 상품제안서를 제시했다.
A사의 투자금은 상조 서비스 고객들에게 장례 등 미래 서비스를 약속하고 미리 받은 선수금 등을 기반으로 조성됐다. A사의 연간 선수금 순증액은 당시 약 2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조사는 선수금의 절반을 은행이나 공제조합에 맡기고, 나머지는 투자상품으로 굴린다.
하지만 만기일인 2020년 4월이 지나도록 A사는 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시행사가 추가 대출을 받지 못했고, 미분양 상가들의 분양률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상품 만기일은 지난해 8월까지 총 7차례나 연장됐다.
A사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줄 알았는데,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며 증권사에 투자금 및 지연이자를 청구했다. 재판 과정에선 "상조 고객들의 예치금을 안전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려 했지만, 증권사가 잘못된 상품설명서를 제공해 오판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증권사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으며, 투자자로서 모든 위험을 회피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재판부는 "설령 A사가 펀드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해도, 투자위험은 원칙적으로 투자자가 판단해야 한다"며 "A사는 투자 구조 및 위험성 등을 묻지 않았다. 스스로 투자손실 가능성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사 측은 펀드가 부동산 PF 사업 이익에 투자하는 상품으로서 시행이익으로 수익이 발생한다는 구조를 인식하고 있었다"며 "증권사가 펀드 구조, 선순위 우선수익자의 존재, 투자 위험성, 원본 손실 가능성 등에 관해 전혀 알리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증권사가 펀드 가입을 권유하며 예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한 점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대출이 이뤄지지 않거나 펀드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일들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및 이로 인한 금융시장 및 상가 분양 시장의 침체 등 때문"이라며 "부동산 시장 변화, 분양 포기, 사업비 증가 등에 따라 개발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부동산 PF 사업에 담긴 위험이고, 이는 A사에 고지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A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