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월 국제수지(잠정) 기자설명회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 "3월까지는 양호한 상황"이라면서도 4월부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이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8일 '2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4월 이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늘고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월 경상수지는 71억8000만달러로 22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2월 기준으로는 2016년, 201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의 흑자폭이다. 흑자 흐름도 2000년대 들어 세 번째로 긴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송 부장은 올해 2월 경상수지 흑자가 전월(29억4000만달러)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된 데 대해 "1월 계절적 요인이 해소된 영향"이라며 "수출도 반도체 품목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IT품목 증가세가 지속됐고 비IT품목도 일부 품목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정책을 앞두고 기업들이 수출물량 밀어내기를 한 영향과 관련해선 "통계적으로 확인되진 않는다"면서도 "관세 발표가 지난해 말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아예 없을 순 없지 않을까 생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3월에도 이 같은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3월에도 상품수지(수출+수입)는 양호하다. 3월까지는 어느 정도 감내가 가능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송 부장은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부과 수준이) 강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회수출이나 동남아시아 쪽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 대중 수출 감소요인으로도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급격히 나빠진다기보다는 점차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주력 수출 품목의 경우 2~3개월 전 선제적으로 계약이 이뤄져 (수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인식하고 수출 지원 노력을 하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영향을 지켜보면서 상황을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부과가 국내기업 배당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송 부장은 "본원소득에서 배당소득, 이자소득은 기본적으로는 견조하게 늘어나는 모습이고,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관세정책 영향으로 캐나다·멕시코·동남아 현지 기업으로부터의 배당소득은 수출 감소로 현지공장 매출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한 본원소득 감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다만 관세정책이 견조한 본원소득의 흐름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현재로서는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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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반도체 수출은 전월 대비 2.5%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송 부장은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출은 3월에도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저부가 반도체가 가격요인으로 인해서 수출이 줄었는데 3월 들어 다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는 수출이 받쳐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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