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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해외 콘텐츠 지원 사업은 인사가 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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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센터 외연 확장 필수불가결
그만큼 현실적 어려움도 함께 고려해야

"낯선 시장의 길잡이였다. 이른 소환은 국가적 손해다." 동남아시아에서 콘텐츠를 수출하는 A씨의 푸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비즈니스센터장 B씨가 나주 본원으로 돌아가면서 사업에 지장이 생겼다고 토로했다. 비즈니스센터는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콘텐츠에 특화된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해 원만한 협상과 교류를 유도한다.


[기자수첩]해외 콘텐츠 지원 사업은 인사가 만사 스페인 비즈니스센터는 지난 1월 24일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에서 현지 유관기관 및 기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성료했다. 앞줄 왼쪽부터 에밀리오 미구엘 칼라비아 스페인 외교부 카사 아시아 마드리드 총괄 디렉터, 유현석 콘진원 원장직무대행,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장현철 주스페인 한국대사관 공사, 파블로 콘데 코랄 스페인 무역투자진흥청(ICEX) 총괄 디렉터, (뒷줄 왼쪽부터) 로베르토 쿠에토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 영상 커뮤니케이션 교수, 디아나 브루노 스페인 무역투자진흥청(ICEX) 디렉터, 다니엘 토마스 살롱 데 코믹 콘텐츠 마케팅 디렉터, 메리첼 푸이그 살롱 데 코믹 총괄 디렉터, 변미영 스페인 비즈니스센터장, 신재광 주스페인 한국문화원장, 호세 프랜시스코 에레라 안토나야 마드리드시 국제관계국 총괄 디렉터, 장민 부부 인플루언서, 알렉산더 해프너 배우 겸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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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의 법령, 산업 정책, 시장 정보 등보다 중요한 요건이 있다. 바로 현지 관계자들과 끊임없는 교류다. 각 나라의 시장과 산업 생태계에는 기술 및 시장을 움직이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 외부에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견고한 벽을 허물고 관계를 이어줄 징검다리가 필요하다. B씨는 현지에서 수월하게 임무를 수행했으나 최대 3년 근무라는 규정에 따라 소환됐다. 충분한 인수인계 없이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공백은 클 수밖에 없다. 각 나라 비즈니스센터 직원 수는 일고여덟 명에 불과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본 도쿄와 같은 세계 주요 도시에도 열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센터장은 현지 콘텐츠 관계자를 일일이 응대하느라 안비막개한다. 도쿄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입주한 CKL 도쿄 운영까지 병행해야 한다.


현지 인적 네트워크에 물꼬를 트는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예컨대 일본에선 크게 두 가지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하나는 네마와시(ねまわし) 문화다. 모든 사안을 실무진이 꼼꼼하게 검토해 결정하고 대표가 승인하는 바텀 업(Bottom up) 방식이다. 대표로부터 결정 사항이 내려오는 톱 다운(Top Down)의 한국과 판이하다. 결정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빠른 일 처리에 익숙한 국내 정서로는 적응하기 어렵다.


다른 하나는 아이다가라(あいだがら) 문화다. 일방적 노력이 아닌 상호 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비로소 정상적 거래를 시작한다. 상대의 신용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일본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는 C씨는 "단순한 인맥과는 차원이 다른 진입 장벽"이라며 "현지 지인이나 브로커를 통해 시도한 사업 또는 거래가 대부분 성과 없이 끝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기자수첩]해외 콘텐츠 지원 사업은 인사가 만사 브라질 비즈니스센터는 지난 1월 23일 티볼리 모파레즈 상파울루 호텔에서 현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소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유성훈 미주유럽수출지원팀 팀장, 유건영 브라질한국상공회의소 회장, 마르시아 클링거 ISPAC 이사장, 채진원 주상파울루총영사관 총영사, 김형민 브라질 비즈니스센터장, 김철홍 주브라질한국문화원장, 리아라 올리베이라 SPCINE 회장, 마우로 가르시아 브라질독립제작사협회 회장.

최기용 CJ ENM 재팬 대표이사는 "일본 기업과 사업하려면 먼저 100시간 동안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면서 경험담을 들려줬다. "대표이사를 맡은 해에 일본 영화배급사 토에이가 주최하는 친목 도모 성격의 골프대회를 간 적이 있다. 콘텐츠 산업 관계자들이 한데 모였는데, 아는 사람은 토에이 관계자가 유일했다. 1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100시간씩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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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이 해외에 마련한 비즈니스센터는 스물다섯 곳이다. 연내 다섯 곳을 추가 개소해 서른 곳을 운영한다. 콘텐츠 산업 규모가 커지는 만큼 외연 확장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만큼 현실적 어려움도 함께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신설되는 비즈니스센터의 경우 현지에서 준비하는 데만 1년여가 걸린다. 내부 역량과 정교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보유할 즈음 핵심 인력들이 이탈한다면 궁극적 목표 달성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해외 지원사업이야말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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