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출생지이자 뿌리다. 프랑스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리나드 김 변호사)
“방위산업, 반도체 및 2차전지 등 제조업, 소비재 산업에서 한국 기업은 유럽의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홍승표 변호사)
리나드 김 변호사는 어릴 때 프랑스로 입양돼 스웨덴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공부하며 프랑스 로펌 GGV 아보캣츠(GGV Avocats)의 대표에 올랐다. 독일계 투자펀드의 프랑스 내 부동산 투자 자문을 주로 담당해온 김 변호사는 2001년부터 GGV에서 활동 중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동산 대출 재협상 자문으로 주목받았다.
홍승표 변호사는 룩셈브루크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룩셈부르크는 물론 벨기에,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활동한다. 유럽 규제 및 산업 관련한 자문을 주로 하면서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대관 업무도 활발히 한다.
3월 27일 방한한 두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두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후 독일과 프랑스에서 학업을 마치고 현재 프랑스 로펌의 대표까지 올랐다. 개인사가 법률가가 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리나드 김 변호사(김): 독일에서 법을 공부한 경험은 법률가로서 국제적인 시각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면서도 독일어권 고객, 특히 독일계 투자 펀드를 주로 자문하게 되면서 프랑스와 독일 간의 교량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이제는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도 그런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한국은 출생지이자 뿌리이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쌓은 경험과 연결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독일을 선택한 계기도 궁금하다.
김 : 독일어를 제1외국어로 배운 것이 계기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고민하던 중 은사님으로부터 “독일에서 법을 공부해 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스웨덴인 어머니의 권유도 있었다. 스웨덴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1년 정도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일하는 ‘갭이어(gap year)’ 문화가 있다. 그와 비슷한 형태로 독일에서 법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파리로 돌아가 프랑스 법을 병행해 배우게 됐다. 결과적으로 프랑스와 독일 양쪽 법률 체계에 모두 익숙한 변호사가 됐다.
- 최근 유럽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유럽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리스크는 무엇인가.
김 :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문화가 정착되면서 기업들이 사무실 면적을 줄이는 추세다. 이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줄었고 가격도 하락했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게 대출 비용을 증가시켰고, 전반적인 유동성도 위축시켰다. 유럽 각국의 투자 펀드들은 리파이낸싱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자문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을 거주용으로 용도 변경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특히 파리 라데팡스 지역 등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유사한 자문을 했다고 들었다.
김 : 당시에는 은행이 주요 고객이었다. 독일계 은행들이 프랑스 내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부동산 담보 대출의 재조정이 필요했다. 일부 펀드는 보유 자산 전체를 청산하기도 했고,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설정한 뒤 해당 자산을 레버리지 삼아 다른 포트폴리오를 보호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도 ESG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노후 건물을 전면 개·보수(리노베이션)해 임대가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많다. 공실률이 높은 지금 시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 한국 기업이나 기관과 협업한 경험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김 : 서울시청이 주최한 프랑스 진출 설명회에서 프랑스 스타트업 및 산업 생태계를 소개한 적이 있다. 파리에서 한국 고가 브랜드를 대리해 부티크 매장 임대차 계약을 자문한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남부 지역 부동산에 투자한 한국 펀드의 인허가 관련 분쟁을 대리하기도 했다.
- 홍승표 변호사는 룩셈부르크, 프랑스, 독일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계시다. 최근 유럽 법률 시장의 주요 트렌드는 무엇인가.
홍승표(홍) 전통적으로 한국 기업은 프랑스, 독일, 동유럽에 생산 기지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도 주목받고 있다. 룩셈부르크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투자 펀드 설정지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 지주회사를 설립할 때 자주 선택하는 국가다. 최근엔 런던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파리,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등이 분담하고 있다. 특히 파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국제금융 중심지 역할을 일부 이어받고 있다.
- 유럽에서 로비스트 업무도 수행 중인 것으로 안다. 주요 활동 영역과 현안은 무엇인가.
홍 : 벨기에 브뤼셀은 EU 집행위원회가 위치한 EU 정책의 심장부다. 이곳에서 EU 차원의 규제 방향이 설정되면 각 회원국의 규제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는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에 대한 규제를 둘러싼 로비가 활발하다. 북미와 달리 아시아, 특히 한국과 유럽 간에는 사모펀드 관련 교류가 거의 없다. 이런 간극을 메우고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EU 규제 논의 과정에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자 한다.
- 최근 주목하는 산업군이나 규제 현안은 어떤 것이 있나.
홍 : 유럽 차원에서 방위산업, 반도체, 2차 전지 등 전략 산업에 대해 재조명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방위산업 역량 강화가 EU의 핵심 의제가 됐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방산 강국으로 한국과의 협력을 적극 희망하고 있다. 우주산업, 핀테크 등에서도 유럽 내 법률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EU 차원의 규제와 각 회원국의 규제를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U법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이해도는 아직 낮은 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브뤼셀과 같은 중립적 관할지에서 대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한국 기업 입장에서 미국과 유럽 시장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바라봐야 할까.
홍 :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불확실성이 크다. EU는 비교적 안정적인 대안 시장이 될 수 있다. 미국 시장으로의 진출 조건이 점점 까다로워지는 반면 유럽은 방산, 소비재 등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갖는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유럽은 기술보다는 제조, 전통 산업에 강점을 가진 시장이기 때문에 이런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파트너로 선택될 여지가 많다. 기업 전략을 세울 때 위험을 분산하는 차원에서 유럽 시장을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