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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불복을 끝내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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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불복을 끝내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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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오늘 밤이 '대통령 윤석열'로서는 마지막 밤이 될 수 있다. 파면이냐 복귀냐,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뒀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윤 대통령의 행적이 머릿속을 스친다. 검찰에서 대선 후보로, 급기야 대통령으로. 1639만4815표. 윤 대통령은 2022년 3월9일 제20대 대선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역대 대선 최소 득표율 차였다.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정치 경쟁자였다.


윤 대통령은 제1야당을 이끄는 이 대표를 '범죄자' 프레임에 가뒀다. 협치나 대화의 상대가 아니었다. 이 대표가 2022년부터 8차례에 걸쳐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이 범죄 피의자와 마주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4월19일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해서야 협치를 이유로 영수회담이 성사됐다.


영수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후에도 무차별적인 공방을 반복했다. 거대 야당은 감사원장을 비롯해 29차례나 정부 인사를 탄핵 소추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밀어붙인 법안들에 줄줄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 간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민생·경제 법안은 실종했다. 야당은 단독으로 대폭 삭감한 2025년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12월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미국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민주주의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규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헌법·법률이라는 성문화된 규칙과 사법 시스템이 있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은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다. 규범은 성문화된 헌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


핵심적인 두 가지 규범은 '상호 관용(mutual tolerance)'과 '제도적 자제(institutional restraint)'다. 상호 관용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경쟁자를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제도적 자제는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참아내고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통령이 막대한 권력을 모두 활용하지 않도록, 거대 정당이 힘 자랑에 매몰되지 않도록 암묵적으로 합의한 정치문화다. 성문화된 헌법을 넘어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통해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사라진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 그 정점을 보여줬다. 탄핵 심판 이후 우리는 또 다른 시험대에 올라선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를 회복할 수 있느냐 하는. 이 시험의 결과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한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길일지, 민주주의의 몰락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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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여럿이 유연하게 협동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직면했다. 반목과 갈등, 이로 인한 정치·사회적 불안은 대한민국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정치권은 그 어떤 헌재 심판 결과가 나오더라도 불복하거나 폭력적 행위를 조장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또, 힘을 모을 때다.




조영주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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