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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도 없고 불타는 소나무까지… '三不' 바꿔야 산불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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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남 화재 키운 3가지 요인
'임도' 유무가 진화 여부 갈라
침엽수·지표면 낙엽에 화재 확산
"장비 확충하고 진화인력 훈련 강화"

경북·경남 대형산불을 키운 주요인으로 침엽수가 많은 한국 산림의 특성과 진화 장비가 드나들 수 있는 임도(林道) 부족, 대형 진화 헬기 등 장비의 열악함이 지목됐다.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 강풍도 산불 확산에 영향을 줬지만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들이 있는 만큼 향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임도가 가른 진화와 확산, 이번이 처음 아니다
길도 없고 불타는 소나무까지… '三不' 바꿔야 산불 막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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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는 말 그대로 산림의 '진입로'다. 단순히 사람이 오갈 수 있는 등산로가 아닌 차량, 장비 등이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다. 기존 임도는 폭이 3m 미만이고, 산불 진화를 위해 만드는 산불진화임도는 폭이 3.5m 이상이라 소방 장비가 원활하게 드나들 수 있다. 낮 시간대에는 진화 헬기가 떠 소방 활동을 하지만, 해가 지고 헬기를 띄우기 어려워질 때는 소방 인력과 지상 장비가 직접 임도를 통해 야간 진화작업을 펼칠 수 있다. 길이 제대로 닦이지 않으면 야간 진화 작업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임도는 이번 산불 발생 후 진화와 확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울주 온양, 언양 산불에서 '임도 유무'가 진화의 타이밍을 갈랐다. 지난달 25일 언양 화장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임도가 있었던 덕에 야간 진화를 통해 29시간 만에 불길을 잡았다. 다만 22일 발생한 온양 산불은 산세가 가파르고 임도가 없어 6일 만에 진화에 성공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번 화재를 보면서 앞으로 모든 산에 임도를 닦아야겠다고 느꼈다"며 "지방정부에서 산주와 협의하는 등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 산불 진화도 임도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진화 헬기로 많은 물을 투하했으나 불이 낙엽층 아래에 있기 때문에 꺼진 산불이 되살아나는 일이 반복됐다"며 "이런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는 산불 진화 인력이 산불 현장에 직접 가서 낙엽 속에 숨어있는 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산불 현장은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에 위치해 접근을 위해 필요한 임도가 없고 진화대원의 이동을 막았다"고 했다.


이 같은 사례는 2023년 산불 사태 때도 있었다. 2023년 3월 발생한 합천 산불은 일몰 전 헬기를 투입해도 10%대 진화율에 그쳤지만, 일몰 후 임도를 활용한 야간 진화작업을 펼쳐 진화율을 92%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비슷한 시기 발생한 하동 산불에선 해가 진 뒤 야간 지상 진화를 펼쳤는데도 불길을 잡지 못했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역으로 임도가 없고, 산세가 험했던 탓이다. 당시 합천과 하동 산불의 야간 진화 효율은 약 5배 차이였다고 한다.


산림청은 산불진화임도를 매년 확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2023년 기준 ㏊당 2.1m로 매우 적다. 해외 임도밀도는 독일 54m/㏊, 오스트리아 50.5m/㏊, 캐나다 10.3m/㏊에 이웃 나라 일본도 24.1m/㏊ 수준이다. 전문가는 임도 확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유림이 많은데, 소유주의 반대로 임도가 적은 상황"이라며 "임도는 산불이 확산하는 걸 중간에서 끊는 방어선 역할도 해주기 때문에 임도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래는 낙엽 '빽빽', 위로는 소나무 '활활'
길도 없고 불타는 소나무까지… '三不' 바꿔야 산불 막는다 연합뉴스

국내 산림 수종이 대부분 소나무, 침엽수인 것도 불이 빠르게 번진 요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39%는 침엽수림이다. 단단한 지반 특성상 침엽수가 잘 자라기 좋은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소나무류는 송진, 테르펜 등 휘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활엽수에 비해 발열량이 많아 산불에 취약하다.


여기에 지표면 아래쪽은 활엽수림에서 떨어진 오래된 낙엽이 축적됐다. 습도가 낮은 낙엽은 침엽수림과 마찬가지로 불이 붙기 좋다. 낙엽 속에서 숨은 불씨가 재발화하기도 한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러한 숲의 상하부 구조가 이번 산불 확산·지속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숲의 상부에서 하부까지 '사다리'처럼 연료 구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침엽수로만 구성된 숲 가운데 불을 견딜 수 있는 '내화(耐火) 수종'을 심어야 한다는 대책이 제안된 바 있다. 산림청 '2023년 전국동시다발 산불백서'는 생활권 주변, 산불피해지 등에 활엽수림으로 '불막이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하게 밀집한 나무를 일부 벌채해 이격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장비와 인력 '낡았다'
길도 없고 불타는 소나무까지… '三不' 바꿔야 산불 막는다 연합뉴스

주불을 빠르게 잡을 수 있는 '대형 진화헬기' 부족도 보완사항으로 지적된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 중인 50대의 헬기 중 5000ℓ 이상의 '대형 헬기'는 7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노후화가 심각하다. 산림청 산불 진화 헬기 중 기령 20년 초과 헬기는 33대(70%), 30년 초과 헬기는 12대(25%)에 달한다.


오랜 시간 산불과 맞붙어야 해 체력이 중요한 산불진화대원은 고령자가 수두룩하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림청에서 받은 '산불진화대 인력' 자료에 따르면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29.1%는 50대 이상(129명)이었다. 뒤이어 20대 122명, 30대 103명, 40대 56명 순이다. 산불 예방과 감시 활동을 펼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총원 9446명 중 74.9%가 60대 이상(707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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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렇듯 산불이 거대화됐을 경우 장비와 훈련된 인력이 더 많은 소방청에서 지휘 체계를 맡는 것이 맞다"며 "산불진화대원에게 이뤄지는 교육도 소방관만큼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역시 "원칙적으로 국내에 대형 기종이 많이 없기 때문에 8000ℓ 이상의 대형헬기를 확충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헬기 구입 비용 외에도 정비와 관리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너무 다량의 헬기를 일시에 확보하는 것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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