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증권, 관세 부담액 예측
멕시코 관세 280억 달러
GM 133억달러 최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관세 청구서를 들이밀면서 미국에 공장을 둔 주요 자동차 제조기업들이 한 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510억달러(약 76조원) 늘어날 전망이다. 자동차 제조기업이 한 대당 치러야 할 관세 부담이 올라가면서 수익성 저하와 신차 가격 상승도 불가피해졌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 효과로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경제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25%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미국에 생산기지를 보유한 자동차 대기업 10개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연간 약 5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노무라증권이 도요타·혼다 등 일본 5개사를 비롯해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이 관세를 매길 경우를 가정해 산정한 것이다.
닛케이신문은 멕시코, 캐나다가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 규모가 280억달러로 가장 크며 부품까지 더해지면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고 전했다. 개별기업 중에선 제너럴모터스(GM)의 관세 부담액이 약 133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트럼프발(發) 관세 청구서가 날아들면서 일부 자동차 업체의 연간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노무라증권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큰 마즈다나 GM이 관세를 맞으면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요타의 영업이익은 30%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닛케이신문은 대미투자를 감행해도 관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닛케이신문은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관세 발표 전날인 24일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에 210억달러 투자를 표명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로 관세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고 전했다. 닛케이신문은 "투자 보상 차원으로 관세가 경감되는 일은 없었다"고 했다.
자동차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예외'에 속하기 위해서 모든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배치해야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닛케이신문은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새로운 공장은 일반적으로 수년이 걸리고 건설에 수십억 달러가 들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 기업들의 꾸준한 현지 생산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현재 전체의 60%만 미국에서 생산한다. 한국은 전체 완성차의 40%를 미국에서 만든다. 이 밖에 미국과 유럽 주요 자동차 기업의 현지 생산 비율은 각각 80%, 70%다.
이 같은 관세 인상은 자동차 가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관세 인상 부담은 미국 수입업자, 소비자들, 외국 측 수출 기업들이 나눠서 지게 된다. 닛케이신문에 따르면 기업이 1대당 부담해야 할 관세는 2000~5000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부품이나 판매회사 등 공급망에 가격을 전가할 수 없으면 신차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자동차 관세 나비효과로 미국의 신차 판매 가격은 평균 2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리스크 여파로 미국의 올해 신차 판매 대수 전망치는 연초 1630만대에서 4% 낮아졌다.
콕스 오토모티브 조너선 스모크 주임 연구원은 "관세에 따른 무역질서 변화는 북미 자동차 생산에 큰 혼란을 가져와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악의 사태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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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신들도 자동차 관세가 유럽, 일본, 한국과의 무역 충돌을 유발하고 관세 비용 상승이 오히려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관세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경제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을 교란하고 수익을 압박하며 새로운 투자 능력을 저하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조치는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 비중이 큰 국가와의 무역 충돌을 더욱 촉발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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