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적외선 스펙트럼 영역을 폭넓게 감지할 수 있는 혁신적 ‘광검출기’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중적외선 스펙트럼으로 외계 행성 대기의 수증기와 이산화황 등 분자 성분을 정밀분석한다. 미세한 빛의 세기까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고감도 광검출기 기술은 분자가 ‘지문’처럼 고유한 패턴을 나타내는 중적외선 분석의 핵심이다.
KAIST는 전기 및 전자공학부 김상현 교수 연구팀이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중적외선 광검출기 기술을 개발해 초소형 광학 센서 상용화에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검출기는 기존 실리콘 기반의 CMOS 공정으로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연구팀은 이 광검출기를 적용한 초소형·초박형 광학 센서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가스를 실시간 검출하는 데 성공해 환경 모니터링 및 유해가스 분석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기존에 개발된 중적외선 광검출기는 높은 열적 잡음(Thermal noise) 때문에 통상 냉각 시스템이 함께 요구된다. 이때 냉각 시스템은 장비의 크기와 비용을 증가시켜 센서의 소형화와 휴대용 기기 응용을 어렵게 만든다. 또 기존 중적외선 광검출기는 실리콘 기반 CMOS 공정과 호환되지 않아 대량 생산이 어려워 상용화에도 걸림돌이 돼 왔다.
이와 달리 연구팀은 실리콘 등 주기율표 4족 원소인 저마늄(Germanium) 반도체 기반의 광학 플랫폼을 활용, 광대역에서 중적외선 검출 성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온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파로형(waveguide-integrated) 광검출기를 개발했다.
‘도파로’는 빛을 특정한 경로로 손실 없이 효과적으로 유도하는 구조물을 의미한다. 온-칩(on-chip) 상에서 다양한 기능의 광학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도파로형 광검출기를 포함해 도파로를 기반으로 하는 광학 소자의 개발이 필수다.
이번 기술은 기존에 광검출기 동작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밴드갭 흡수 원리와는 다르게 볼로미터 효과(Bolometric effect)로 중적외선 스펙트럼 영역 전체에서 대응할 수 있는 덕분에 실시간 다양한 종류의 분자 센싱에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볼로미터 효과는 빛을 흡수하면 온도가 올라가고, 온도 변화에 따라 전기적인 신호가 달라지는 원리를 말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상온 동작 및 CMOS 공정 호환 중적외선 도파로형 광검출기는 기존 중적외선 센서 기술이 가진 냉각 필요성과 대량 생산의 어려움, 높은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향후 환경 모니터링, 의료 진단, 산업 공정 관리, 국방 및 보안, 스마트 디바이스 등 응용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를 계기로 차세대 중적외선 센서 기술에 핵심적인 돌파구 마련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기대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중적외선 광검출기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향후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실용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특히 CMOS 공정과 호환되는 센서 기술로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해 차세대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제조 현장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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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에는 심준섭 박사(現 하버드대 박사후 연구원)가 제1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19일 국제 학술지 ‘빛, 과학과 응용(Light: Science & Applications, JCR 2.9%, IF=20.6)’를 통해서도 발표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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