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성 공무원들의 AI '열공'
지금 방식으론 따라가기도 어려워
미래, 방향만큼 속도 중요해
![[서울NOW]AI, 서울도 저장성처럼](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5032408081179651_1742771291.jpg)
중국 저장성 공무원 30만명이 인공지능(AI) ‘열공’을 시작했다. 저장성은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본사가 있는 곳이다. AI를 전유물처럼 여기던 미국의 콧대를 꺾었다는 말을 듣는 딥시크의 성취는 비단 스타트업들만의 일이 아니다. 저장성의 인구는 5600만명을 넘어 한국 인구보다 많다. 저장성을 대표하는 저장대학교는 칭화대, 베이징대, 상하이교통대 등 중국의 최고 명문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거기에다 30만명이나 되는 저장성 공무원들이 4개월간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교육에는 중국 AI 업계 최고 전문가와 학자, 기업인들이 총출동한다. 이들이 나서 AI 지식과 딥시크 활용법을 전수한다는 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보도 내용이다. 다른 나라 같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미국 등 세계가 충격으로 받아들였던 ‘딥시크 사태’가 실은 이같은 중국의 저력을 바탕으로 나온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 지방자치단체도 공무원의 AI 행정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과 지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공무원들의 AI 능력을 높이기 위해 챗GPT 등 올해 이용료 지원 대상을 570명으로 확대했다. 서울시 일부 공무원들은 AI를 문서작성, 자료조사, 데이터분석 등에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재단을 통한 AI 교육도 늘고 있다.
자치구 중 성동구는 이달 초부터 ‘성동GPT’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성동GPT는 챗GPT 기반 자체 업무지원 시스템이다. AI 업무지원 시스템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하도록 돕는다. 보고서나 계획서, 보도자료 등 문서 초안을 챗GPT를 활용해 작성하고, 번역이나 문구 교정, 이미지 생성 등에도 활용한다. 부서 특성에 맞는 AI 비서를 만들어 이용할 수도 있다.
송파구도 자체 시스템인 ‘송파AI브레인’을 개발해 지난달부터 시범운영 하고 있다. 송파AI브레인을 사용하면 문서 요약이나 보고서 작성, 업무 관련 법령·지침 등 행정정보 검색까지 다양한 도움을 짧은 시간에 받을 수 있다. 시스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공무원 대상 교육도 진행한다. 부서 업무 특성에 맞춰 특화 기능을 추가하는 식의 고도화 작업도 진행한다.
동대문구는 내부 경진대회를 여는 방식으로 업무 활용을 독려한다. 이런 방식으로 반복적인 업무 패턴을 분석하고,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효율화하는 방안, 행정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찾으려 한다. AI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챗GPT 유료 버전 예산도 지원한다. 사비를 들이면 사용을 주저할 수 있어서다.
도입 이유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공무원을 길러내는 게 국가 경쟁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으로 공무원 업무에 AI 활용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그런데 꼭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의사결정권자인 조직 내 리더들은 신기술 트렌드에 둔감할 수 있다. 이는 AI 활용과 적용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앞서가는 다른 지자체를 벤치마킹하고,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젊은 직원들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예산 수립과 집행 방식으로는 빠른 교육과 활용이 어렵다. 계획을 세워 다음 연도에 집행하는 방식으로는 따라잡기조차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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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잘 다루고 보고서 잘 쓰면 환영받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텍스트 몇 줄에 엔터키 한번 누르면 해결되는 시대가 됐다. 방향만큼 속도가 중요해졌다.
김민진 사회부 지자체팀 부장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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