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여자 골프대항전 솔하임컵에도 밀려
겉은 화려, 그들만의 돈 잔치 전락
경기 방식 문제, 새로운 얼굴 등장 불발
대회 수 적고, 특급 흥행메이커 부재
LIV 골프는 여전히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최종전의 시청률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당시 전 세계 랭킹 1위 욘 람(스페인)이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우승 상금과 상금 랭킹 1위 보너스를 합쳐 총 2237만5000달러(약 324억원)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TV 중계 시청률은 초라했다. 미국 내 시청자는 8만9000가구에 불과해,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 솔하임컵(65만7000가구 시청)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졌다.
미국에서는 남자 투어인 PGA 투어가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LPGA 투어조차 그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그런데 LIV 골프의 시청률은 LPGA보다도 낮다. 이는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 같은 종목 내 남자 경기가 여자 경기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LIV 골프는 지난 2년간 CW 네트워크에서 중계를 했으나, 시청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IV 골프는 ‘백상어’ 그레그 노먼(호주)의 주도로 2022년 6월 출범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막대한 석유 자본을 등에 업고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욘 람을 비롯해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필 미컬슨, 더스틴 존슨, 앤서니 김(이상 미국), 캐머런 스미스(호주), 폴 케이시, 이언 폴터(이상 잉글랜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등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 덕분에 LIV 골프는 겉보기엔 화려해졌고, 볼거리는 많아졌지만, 흥행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대회 때마다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지만, 실상은 선수들과 관계자들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여기에 PGA 투어와의 합병 작업이 지연되면서, LIV 골프는 올해 노먼을 조기에 퇴진시키고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스콧 오닐(미국)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LIV 골프가 흥행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는 경기 방식이다. PGA 투어는 나흘 동안 72홀을 플레이해 우승자를 가리지만, LIV 골프는 사흘간 54홀로 진행되며 컷 탈락도 없다. 긴장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한, LIV 골프는 매 대회 동일한 54명의 선수만 출전하는 구조다. 선수 변화가 거의 없어 새로운 드라마가 탄생할 여지가 적다. 최하위를 기록해도 5만 달러(약 7000만원)를 받는 등 상금이 보장되다 보니, 경쟁의 묘미도 떨어진다.
대회 운영 방식도 혼란스럽다. 일반적인 골프 대회는 1번 홀과 10번 홀에서 출발하지만, LIV 골프는 여러 홀에서 동시에 라운드를 시작하는 ‘샷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모든 선수가 비슷한 시간에 경기를 마치도록 하기 위한 조치지만, 경기 흐름이 산만해지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단체전까지 따로 시상하면서 경기 방식이 더욱 복잡해졌다. 결국, 골프 팬들이 LIV 골프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말았다.
골프는 전통과 역사가 중요한 스포츠다. 매년 우승 기록이 쌓이며 다양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최다승 기록,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LIV 골프는 신생 투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거액의 스카우트 비용에 관한 기사만 나올 뿐, 정작 미국 본토에서는 흥행에 실패하면서 이제 아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장유빈을 영입한 것도 외연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올해 LIV 골프 14개 대회 중 5개가 아시아에서 열린다.
반면, PGA 투어는 연중 내내 대회가 이어진다. 올해만 해도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3개 대회를 포함해 정규 대회가 39개나 열린다. 특급 대회가 열릴 때는 일반 대회도 병행하며, PO 이후에는 정규 투어 7개 대회가 포함된 가을 시리즈도 이어진다. 덕분에 PGA 투어는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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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LIV 골프는 연속성이 부족하다. 대회 수도 PGA 투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고, 5월 초 한국 대회 이후에는 5주간 공백기가 생긴다. 이런 구조로는 골프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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